[기자회견문]
서울시 서울도서관의 ‘예술과 노동’ 전시 검열 사건을 규탄한다
지난 해 12월 29일 서울시 산하 서울도서관(관장 오지은)이 자신들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서울아트책보고에서 시작된 전시가 ‘이태원 참사’, ‘화물노조 파업’을 언급하였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철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입주 서점 자각몽 대표와 전시 작가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서울아트책보고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전시물을 다시 가져다 놓았다가, 서울도서관 지식문화과장의 지시를 받고 다시 일방적으로 철거를 반복했다. 서울도서관과 서울아트책보고는 이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자 전시물 앞에 ‘본 전시는 서울시·서울아트책보고와는 무관한 전시’라는 안내 푯말을 세워두었다.
그러나 이 안내 푯말이야말로 서울시·서울아트책보고가 자각몽의 ‘예술과 노동’ 전시를 검열하였다는 자백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서울도서관과 서울아트책보고의 검열 책임자들을 문책하고 책임 있는 대화를 통해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대신 아무런 입장표명도 없이 자신들과 무관한 전시라는 푯말을 내세우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므로 우리가 아무런 반성조차 없는 서울도서관 공무원들의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행위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은 정당하다. 서울도서관의 전시 검열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고, 예술·표현의 자유 침해를 금지한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위반한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밝힌 것처럼 정치적 견해의 차이를 기준으로 특정 예술인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행위는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며, 문화국가의 원리, 표현의 자유, 평등의 원칙, 문화의 다양성·창조성·자율성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에 해당한다.
게다가 ‘정치적·사회적으로 사회적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전시를 할 수 없다는 서울도서관의 전시 검열은 한국도서관협회가 제정한 ‘도서관인 윤리선언’도 위반한 것이다. 도서관인 윤리선언은 도서관 이용자의 신념을 이유로 차별하거나, 도서관 서비스 제공 시 편견을 배제하고 정보접근을 배제하는 일체의 검열에 반대하도록 선언하고 있다. 전시 검열이 명백히 확인되었는데도 아무런 입장표명이나 대책마련이 없는 서울도서관은 도서관인과 도서관 이용자들을 모욕하고 있다.
서울도서관이 검열한 전시는 2021년 11월 시민단체 손잡고와 (재)공공상생연대기금이 공동주최하여,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이 민주노총, 전교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3대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 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한 공작을 펼친 행위, KT노동조합 선거에서 온건파가 당선되도록 개입하여 공작을 펼친 사건 등을 다룬 모의법정 형식의 문화행사 <공개법정-“우리는 대한민국의 노동자입니다”>의 아카이빙 자료 전시”(`22.12.29.~`23.1.14.)였다.
법원도 인정한 명백한 국가폭력 피해 사건에 대해서 ‘노동’, ‘민주노총’, ‘국정원’이 언급되었다는 이유로 전시 철거를 자행한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예술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은 물론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들의 노동3권도 부정하는 인식을 드러낸 행위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는 서울시 서울도서관 공무원들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여 이 사건 피해 사실을 인정받고, 책임자 징계, 경찰 수사, 민사소송을 순차적으로 청구할 것이다.
서울시는 서울도서관 검열 사건 책임자들을 문책하고 공개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공표하라!
2023. 1. 10.
자각몽/공개법정/손잡고/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