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 성명] 고용노동부 손배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손잡고 입장

고용노동부 손배가압류 실태조사결과에 대한 손잡고 입장

노사관계의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지우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재조사를 실시하라

 

고용노동부가 손해배상가압류와 관련해 내놓은 실태조사결과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실태조사결과를 통해 노사관계의 책임을 바라보는 고용노동부의 편향성을 드러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8월 3일 국회에서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직접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민간차원의 실태조사만 있었을 뿐 손해배상가압류 제도가 노동권을 위축시킨다는 국제사회의 지적과 국내 노동현장들의 숱한 증언에도 고용노동부가 묵묵부답을 해왔다는 비판에 대한 답변이었다. 
    고용노동부, 윤석열 대통령실은 그간 노동권을 위축시키는 손배가압류에 대한 정부차원의 실태조사조차 없이 ‘노란봉투법 입법 반대’ 입장만 표명해왔다. 주장 뒤에 따라붙은 실태조사에 대해 편향적 결과가 우려됐던 이유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먼저 고용노동부가 두 달만에 내놓은 조사는 자료 수집 방식에서부터 노동부의 무력함을 드러냈다. 정부가 나섰을 경우 더 풍부한 자료조사와 수집이 이뤄질 수 있음에도, 손배가압류와 관련해 현황발표를 해왔던 손잡고의 자료를 기반으로 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수집된 자료를 활용해 노동부의 기준에 따라 재정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법원을 통해 민간단체보다 더 풍부한 자료를 취합할 수 있음에도, 정부부처가 ‘법원을 통해 자료조차 얻기 어렵다’며 하소연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다음으로 조사결과가 ‘입법 반대를 위한 조사’에 그쳤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고용노동부의 분석결과에는 ‘사측 책임’이 없다.

      이는 손해배상 원인을 분석하면서, 쟁의행위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여전히 외면한 결과다. 고용노동부가 참고한 손잡고의 아카이브 분석 자료에는 쟁의행위의 원인과 판결에서 ‘노동권’이 어떻게 부정되고 있는지 이미 공개되어 있다. 쟁의행위의 원인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사항,  불법파견, 노조무력화시도, 근로기준법 위반 등 사용자의 불법이 배경에 있다는 것이 소송기록을 통해 확인되었다. 고용노동부는 손잡고 아카이브의 자료를 참고했다면서도 같은 자료에 대한 분석 내용에 대해서는 검토조차 하지 않은 셈이다. 
   ‘책임제한’과 관련해서도 고용노동부는 마치 법원이 알아서 책임을 제한하고 있다는 오해소지가 다분한 결과를 내놨다. ‘책임제한’은 사측이 쟁의행위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하면서도 노동자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하고 있는 법원의 판결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노동자 개인의 행위에 대해 배상을 명령하고 있지만, 제한된 나머지 사용자 책임 부분에 대해서는 ‘제한’한다고 할 뿐 실제 제한된 책임부분을 사용자가 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책임제한’ 역시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묻는 현 손배가압류 제도의 한계이다. 

    두번째 고용노동부의 분석결과에는 ‘고용노동부의 책임’이 없다.

    쟁의행위의 원인으로 언급된 사용자의 불법은 모두 고용노동부 관리감독 사안이다. 특히 1차 실태조사결과에 나열된 사업장 중 유성기업, 현대자동차, 한진중공업, KEC 는 2018년 고용노동부가 직접 조사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조사결과보고서>에 회사의 불법과 고용노동부의 책임 방기가 그대로 드러난 사업장이다. 해당 사업장에 제기된 손해배상소송도 회사의 불법이 이뤄진 과정 또는 같은 시기 ‘노조 탄압’을 목적으로 제기된 것임이 확인됐다. 기업의 불법이 드러났다고 해당 과정에서 제기된 손배소송이 취하되거나 면책된 적이 없다. 고용노동부의 책임 방기가 드러나도 늘 책임은 노동자의 몫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묻고 싶다. 

   고용노동부는 해외입법례를 조사결과에서도 '실제 적용 사례'는 반영하지 않았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은주 국회의원은 해외입법례와 적용 사례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에 질의했고, 그 결과 해외입법례는 있으나, 실제 선진국에서는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국정감사 발표 자료도 들여다보지 않은 채 ‘해외실태조사’를 했다며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기업을 옹호하기 위한 민간기관이 아니다. 노사관계에서 갈등을 최소하하고, 나아가 거대 기업의 횡포 앞에서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야 할 책무가 있는 정부기관이다. 그런 고용노동부가 ‘선주장 후조사’도 모자라, 편향된 시각에서만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촉구한다. 고용노동부의 손해배상가압류 실태조사를 재개하라.

    노란봉투법 입법을 반대하기 위한 조사 짜맞추기가 아니라면, 현장조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 손해배상이 청구된 사업장의 손배청구 사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현행 ‘손배가압류 제도’가 노동권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노동현장, 노동계, 시민사회의 주장에 대해 직접 검증을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쟁의행위의 원인이 된 사용자의 불법 또는 위법 사례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를 요구한다. 단체교섭거부 등 부당노동행위, 불법파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등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의 원인이 된 각 사안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조치하고, 사용자가 정부의 조치를 수용했음에도 노동자들이 위법쟁의행위에 이른 것인지에 대한 분석을 요구한다. 
   우리에게 노란봉투법이 필요한 이유는 기울어진 노사관계에서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권을 행사하기 위함이다.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행사하는 이유는 보다 안전하게, 보다 정당한 노무제공의 대가를 당당히 얻기 위함이다. 만약 고용노동부가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에 대해 반대의 의견을 내고 싶다면, 노란봉투법이 필요 없는 이유에 대해 입증해야 할 것이다.

 

2022년 10월 21일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