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대우조선해양 ‘손배소 주장’에 대한 손잡고 성명

[성명] 대우조선해양 ‘손배소 주장’에 대한 손잡고 성명

손해의 발생의 근본적 원인은 대우조선해양과 정부의 책임회피에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손배를 수단삼지 말고, 책임주체로서 협상에 임해라.

 

대우조선해양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21일, 언론들은 일제히 ‘손배소’가 쟁점이라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일부 매체는 ‘손배소취하’가 쟁점이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고, 더러는 손해발생에 대한 경영계, 정부 등 입장을 싣기도 했다. 사실상 제기되지도 않은 손배소송이 사태해결의 쟁점으로 평가되고,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중심이 파업으로 인한 손해에 있는 것처럼 보일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정확히는 ‘부제소’를 두고 대우조선해양이 거부의사를 표명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 ‘부제소’는 합의 이후 향후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을 말한다. 대우조선해양은 부제소를 무리한 요구라고 주장하지만, 하청노동자들이 특별히 무리하게 주장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 분규가 일어나 노사가 합의에 이를 때 대부분의 노사합의 과정에서 ‘부제소’ 합의는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부제소는 노조의 법적 책임만을 묻지 말라는 주장이 아니다. 노사가 파업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쌍방이 소송을 통해 더 이상 갈등을 심화시키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더구나 ‘합의’를 위한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 ‘이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을 여지로 남겨둔다면 노조로서는 당연히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노조에게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회사의 태도가 더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정작 파업의 원인이었던 임금회복 등 다른 조건들에 대해서는 노조가 제시한 양보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인정했다. 결국 ‘부제소’ 즉, 상호 책임을 지고 법적 책임을 묻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이 어렵다고 주장한 셈이다. 이같은 대우조선해양의 주장에는 파업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노조에게 돌리고 있는 회사의 인식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회사의 인식을 강화시킨 데에는 법의 판단이 있기도 전,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낙인 찍어버린 정부의 태도가 한 몫 했을 것이다.

 

정부도, 대우조선해양도, 파업의 원인을 제공하고 심화시킨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손해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호황기에도 열악한 노동조건을 계속 이어가려는 대우조선해양과 이를 방관한 정부의 태도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입은 손해가 있다며 7천억원의 손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파업은 손해를 전제한다.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우려했다면, 파업 전에 대화요구에 응했으면 파업도, 파업으로인한 손실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려운 시기 삭감된 임금에도 생산에 참여한 하청 노동자들이 3년전 삭감된 임금을 원상 회복해달라는 요구에 대우조선해양은 대화조차 제대로 응한 적이 없다.

     7천억원의 손해를 더 확대시키지 않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합의를 마치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끝내 농성에 나선 하청노동자들의 농성이 길어지는 동안, 파업을 종식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한다. 오늘까지도 제기하지도 않은 손배소를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해 합의가 지연됐다. 합의를 지연시킨 책임은 회사에도 있는 것이다.

 

     정부 또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때 갈등의 원인을 살피고, 갈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 무엇보다 대우조선해양의 관리주체가 산업은행이라는 점에서 ‘중재’를 넘어 정부도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할 대상이다. 그러나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노사 합의가 진행 중임에도 경찰을 배치하고 진압장비를 현장에 투입하는 등 현장의 하청노동자들만을 압박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의 ‘불법’ 규정과 대우조선해양의 ‘손해배상소송’ 주장은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핵심이 노동자들의 농성에 있고 농성만 멈추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사태를 호도하는 것일 뿐이다. 또한 이같은 ‘공권력 투입 압박’, ‘손배소 압박’은 창조컨설팅 노조파괴시나리오와 닮아있다. 누구보다 절박하게 합의를 바라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에게 교섭 중에 ‘불법’ 낙인과 수천억원의 손해배상을 언급하는 것 자체로 공권력과 소송을 수단삼아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시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와 대우조선해양은 공권력투입과 손해배상소송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길 바란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대우조선해양은 스스로 책임의 한 주축임을 인정하고, 공권력투입과 소제기를 포기해야 한다. 더 이상의 갈등과 손해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정부와 대우조선해양의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보이는 길은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뿐이다.

 

2022년 7월 21일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