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08 참여와혁신]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배달호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배달호

이동희 기자

원문보기 http://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326

 

#열사 #18주기 #손배가압류 #노조탄압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2003년 1월 9일, 고 배달호 씨는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공장에서 노조탄압과 손배가압류에 저항하며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렇게 그는 세상에 노동자 손배가압류 문제를 알리며 열사가 되었습니다. 그의 18주기를 맞아 2021년 1월 2주 언박싱 이주의 인물은 배달호 열사로 선정했습니다.

고 배달호 열사 ⓒ 배달호 열사 추모사업회
배달호 열사는 1981년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한국중공업에 입사했다. 이후 1985년 설립된 노조에서 대의원을 지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제기된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한국중공업도 민영화 대상에 올랐다. 그리고 2000년 12월 12일 한국중공업은 두산그룹에 인수되었고, 두산중공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새 주인 두산중공업은 2001년 1월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구조조정 칼날 속 노사는 대립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2002년 노조는 47일 동안 파업을 진행했다.

2002년 노조 교섭위원이었던 배달호 열사는 파업으로 7월 23일 구속돼 9월 17일 집행유예(징역 1년, 집행유예 2년)로 풀려났다. 그런 그에게 돌아온 것은 회사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그에 따른 재산 및 임금 가압류. 정직 3개월을 마치고 같은 해 12월 26일 현장으로 돌아왔지만, 일을 해도 월급통장에 찍히는 액수는 2만 5,000원뿐이었다.

노조탄압에 대한 절망감, 손배가압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배달호 열사는 죽음을 택했다. 공장 한편에서 남몰래 분신한 배달호 열사는 발견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당시 나이는 50살. 그가 남긴 유서에는 노조탄압에 대한 울분이 담겨 있었다.

“두산이 해도 너무 한다. 해고자 18명, 징계자 90명 정도. 재산가압류 급여가압류 노동조합 말살 악랄한 정책으로 우리가 여기서 밀려난다면 전 사원의 고용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 이제 이틀 후면 급여 받는 날이다. 약 6개월 이상 급여 받은 적이 없지만, 이틀 후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은 없을 것이다. (…) 더러운 세상 악랄한 두산 내가 먼저 평온한 하늘나라에서 지켜볼 것이다. 동지들이여 끝까지 투쟁해서 승리해주기 바란다.” ─ 고 배달호 열사의 유서

배달호 열사의 죽음 이후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를 향한 손해배상청구가 어떤 고통을 남기는지를 알게 됐지만, 여전히 손해배상청구는 쌍용자동차, 아사히글라스 등 수많은 사업장에서 노조탄압 수단 및 보복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우리 사회 손배가압류 문제를 고민하고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사회단체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손잡고)에 따르면 2020년 11월 기준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은 23개, 소송은 58건, 소송액은 658억 원에 이른다.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는 노동조합과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손해배상청구가 노조탄압 수단으로 적합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보통 손배가압류를 노조에만 청구하지 않고 노동자에게도 청구하거든요. 부진정연대책임이라는 게 있는데, 이게 뭐냐면 만약 10억 원의 손배가 10명에게 청구되면 1명당 1억 원씩 손배가 떨어지는 게 아니에요. 그 때문에 노동자 개인을 회유하는 거죠. 노조를 탈퇴하거나, 회사를 퇴사하면 손배에서 빼주겠다고. 만약 회유당한 3명이 나가면 나머지 7명이 10억 원을 갚아야 하는 거죠.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 있어도 손배가 개인에게 책임이 돌아가면 힘들죠. 금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19대 국회와 20대 국회 모두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관련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배춘환 손잡고 대표는 “노동자가 부당함에 맞서 쟁의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은 민주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인데, 왜 노동자라는 이름이 붙은 순간 시민의 권리를 박탈당해야 하는가”라며 “19대 20대 국회 모두 노동의 문제에서는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했다. 21대 국회는 후퇴한 노동 민주주의를 회복해야한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 노동자 괴롭히는 손배가압류, 21대 국회는 응답하라!]

출처 : 참여와혁신(http://www.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