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0.05 참여와혁신] 정리해고의 고통,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리해고의 고통,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박석모 기자

원문보기 http://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40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쟁력 제고 … 대화·소통 강화해야
9월 14일,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전원 복직 합의가 발표된 후 곳곳에서 환영논평이 쏟아졌다. 물론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복직하게 된 건 축하할 일이지만, 이걸로 끝이어서는 안 된다. 아직도 수많은 해고가 ‘합법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그때마다 9년, 10년을 싸워야 한다면 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론 쌍용자동차가 왜 위기에 처했는지를 되새기는 것도 필요하다. 똑같은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해고자의 바람, 노동자로 일하고 싶다

지난 9년의 복직투쟁 과정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그냥 쌍용자동차라는 대공장을 포기하면 될 텐데 왜 그렇게 복직에 목을 매느냐”는 질문이다. 여러 가지로 대답할 수 있겠지만,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노동자들로서는 그저 열심히 일을 했을 뿐인데 어느 날 갑자기 희망퇴직서를 쓸지 해고통지서를 받을지 양자택일을 하라는 통보를 받은 셈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그렇게 양자택일을 강요받았고, 순순히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어서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파업을 선택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들은 ‘빨갱이’가 되어 있고 ‘폭도’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하나둘씩 밝혀지는 것처럼 자신들이 해고되는 데에는 뭔가 석연찮은 구석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반드시 복직해서 당시 해고가 자신들의 잘못 때문이 아니었음을 밝히고 싶었고, 빨갱이로 폭도로 낙인 찍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느 노동자들처럼 그저 땀 흘려 일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게 포기하지 못하고 하루이틀을 버틴 게 9년의 세월을 훌쩍 넘기게 됐다. 노동자로 돌아가 예전처럼 일하고 싶다는 거창할 것 하나 없는 소원을 이루는 데 9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청춘을 거리에서 보내고 그렇게도 돌아가고 싶었던 공장으로 돌아가게 됐지만, 지난 9월 19일 대한문 앞 문화제에서 만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표정이 그렇게 밝은 것만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지난 9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흘러갔을 테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동안 함께 연대했던, 아직도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얼마나 더 싸워야 할지 모를 수많은 해고노동자들이 눈에 밟혔을 것이다. 한편으론 허탈하기도 했을 터이다.

그래서일까? 문화제에서 그동안 관심을 기울여주고 함께 눈물 흘려주었던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던 김득중 지부장은 이제 그 관심을 지금도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나누어 달라고 간곡히 당부하는 걸 잊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들이 연대의 힘으로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처럼 자신들도 또 다른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해 연대하겠다고 다짐했다.

적반하장 손배·가압류, 이제는 풀어야

이번 복직 합의를 통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게 됐다. 하지만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복직하더라도 사업장 안에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 쌓여 있다. 그뿐만 아니라 9년에 걸친 복직투쟁을 통해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많은 숙제를 제기했다.

우선 이번 복직 합의는 단지 시한을 정해 해고자들을 복직시킨다는 데에만 합의했을 뿐, 그동안 해고노동자들을 괴롭혔던 손해배상과 가압류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최근 들어 당시 파업과 노동자들의 대량해고는 당시 권력과 사측의 공모에 의한 것이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그 정점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이 서 있다.

조현오 전 청장이 2012년 6월에 출간한 자서전에는 “2009년 1월 30일 경기경찰정장에 부임한 직후 업무보고를 통해 조만간 쌍용차 노조가 공장을 불법점거 하리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 … 경비과에 경찰력 진입계획을 세우도록 지시했다”고 기술되어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상하이차가 신청한 쌍용차 법정관리에 대해 법원이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결정(2009년 2월 6일)하기도 전에 노조의 공장점거파업과 그에 대한 경찰력 투입을 계획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 노조가 파업을 한 건 그로부터 4개월이 흐른 뒤였다.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쌍용차가 작성한 것으로 드러난 ‘직장폐쇄 시행방안 검토’는 5월 14일자로 작성됐고, 이는 파업이 일어나기 1주일 전이다. 직장폐쇄는 노조의 쟁의행위를 전제로 한 회사의 방어적 대응수단이다. 쌍용차는 비단 이 문서뿐만이 아니라 쌍용차지부의 파업과 공장점거를 전제로 하는 각종 문서들을 생산했다. 4월 1일 구성된 종합상황실은 일일 모니터링을 통해 쌍용차지부의 일거수일투족을 매일 경영진에게 보고했다. 4월 8일 정리해고 방침을 발표할 때는 각 부문별 방어팀과 위기대응조 편성안을 만들었다. 관리담당 대응방안, 대관청 업무계획, 휴업실행계획 등 각종 문서들이 쌍용차지부의 파업 이전에 생산됐다.

이 같은 사안을 고려하면, 사측과 경찰 및 정부는 사전에 공모해 쌍용차지부의 파업을 유도하고, 파업을 빌미로 노조를 고립시켜 인적 구조조정을 관철시키려 했다고 의심할 여지가 충분하다. 물론 아직까지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이 같은 문서들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회사와 경찰이 쌍용차지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쌍용차지부를 옥죄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 위법성 여부는 별개의 문제로 하더라도, 이미 해고자 복직까지 합의한 상황에서 조합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고통을 주고 옥죄는 것이 회사의 목적은 아닐 테니 이제는 손해배상소송을 취하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실제로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8월, 쌍용차 진압은 청와대의 최종 승인 아래 이루어졌다고 발표하면서, 당시 공권력 행사에 위법성이 있는 만큼 경찰에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 쌍용차지부를 상대로 한 국가의 손해배상소송 취하를 권고한 바 있다.

다른 한편, 최근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도 투명하게 밞혀져야 한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이 재판거래 대상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만큼, 이를 밝히는 것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방안이 될 것이다.

정리해고제 그대로 둔 채 노동존중사회는 불가능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복직하게 됐을 때 우려되는 사항도 있다. 2009년 파업 당시 이른바 ‘산 자’들과 ‘잘린 자’들 사이에서 심각한 충돌이 발생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욕하고 새총을 쏘고 파이프를 휘둘렀다. 심지어 다친 사람이 탄 구급차를 막아 세우고 그 안에 탄 사람을 끌어내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고 하나 당시의 상처가 아물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동안은 서로 공간이 분리돼 있었던 만큼 잊고 살았을 수 있으나, 다시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때의 기억이 서로를 괴롭힐 수도 있다.

이 문제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당사자들에게 내맡겨두는 건 더더욱 해법이 아니다. 당사자들은 물론 회사와 정부와 지자체까지도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평생을 따라다닐 수도 있다. 그렇다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당시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심리치유를 지원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것이다. 특히 그동안 사회적인 외면과 편견에 시달리면서 해고자로 살아온 노동자들에게는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을 포함해서 지속적인 사회의 관심과 치유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고려대 김승섭 교수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해고노동자들의 79%가 우울증을 앓고 있고, 해고노동자들의 배우자들 중 40%가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고 이후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경제적 어려움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건 그들이 매사에 소극적이고 깊은 상실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시기에 아빠의 해고를 경험했던 자녀들의 상실감은 해고의 문제가 단지 당사자에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물림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에 더더욱 세심하게 치유해야 할 부분이다.

이 모든 문제의 배경에는 정리해고법이 놓여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24조에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요건이 규정돼 있다. 경영상 이유로 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해고 대상자를 선정해야 하고, 근로자대표(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에게 해고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이 그것이다. 제25조에는 3년 이내에 해고자가 담당하던 업무에 신규채용을 하려고 할 때는 정리해고자를 우선 재고용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정리해고자에 대해 정부가 생계안정, 재취업, 직업훈련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런 법적인 요건들은 대부분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해석되고 적용돼 왔다. 콜텍의 판례에서 보이듯이 장래에 닥칠 수 있는 위험에 대처하는 것 역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또 해고회피노력 또한 법조문은 다른 모든 수단을 다한 후에 최후의 수단으로 정리해고를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온당하지만, 무엇이든 해고회피노력을 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공정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역시 사용자측의 사정까지 고려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는 단지 협의를 통해 의견을 듣기만 한다면 요건을 갖춘 것으로 해석된다.

사정이 이러하니 정리해고법은 법조문이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이라는 제목 아래 기술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폭넓게 정리해고를 허용하는 법으로 기능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정리해고제도가 들어간 것은 1997년 3월 법 개정 이후, 정리해고제도를 활용한 인적 구조조정은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해고가 되지 않더라도 금호타이어 사례에서 보이듯이 사용자는 노동조합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했다.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의 위협 속에 자신의 임금과 권리를 양보해야 했다. 쌍용차의 사례 역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리해고제도 도입 당시부터 노동계의 비판과 개폐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역시 지난 대선에서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규제하겠다고 공약했다. 기업의 유지가 어려운 경우로 요건을 강화하고, 정리해고를 하는 경우에도 해고회피노력과 정리해고자 우선 재고용 의무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대로만 된다면 ‘무분별한’ 정리해고로 인한 고통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가 감당해야 할 사후적 부담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노동계가 요구하는 대로 정리해고제도를 폐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손 쉽게 노동자를 해고하고 무분별하게 정리해고를 남발하는 것은 규제할 필요가 있다. 이를 그대로 둔다면 현 정부가 슬로건으로 제시한 ‘노동존중사회’를 실현하는 것 또한 요원할 수밖에 없다.

쌍용차 노사가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정리해고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과 사회의 부담은 커져가고 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합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또다시 위기 겪지 않으려면 경쟁력 높여야 한다

또 하나 반드시 짚어야 하는 부분은 왜 쌍용차가 그 당시 급격한 위기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쌍용차는 완성차 기업들 중 생산과 판매 모두 가장 적은 기업이다. 한 모델이 부진해도 다른 모델로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됐을 뿐만 아니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이런 구조에 대주주였던 상하이차의 방치가 더해져 세계 금융위기 국면에서 급격히 위기로 빠져들게 됐다.

당시 쌍용차는 최소한의 생존에 필요한 경쟁력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고 할 수도 있다. 상황이 그러하다면 위기 이전부터, 혹은 최소한 위기 국면에서라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점검하고 노력을 기울였어야 하지만, 그런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회사는 손쉬운 방식으로 정리해고를 택했다.

지금의 쌍용차는 과연 지속적인 생존과 발전에 필요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까? 차분하게 따져볼 문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확답을 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언제든 위기가 다시 닥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고노동자들을 복직시키기로 한 것이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은 그만큼의 인력을 충원한다고 해서 크게 영향이 없는 문제일 수 있다. 다만 다른 자동차기업들에 비해서 월등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 상황에서, 또다시 경영상의 위기가 닥칠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회사의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회사와 기존에 근무하던 노동자는 물론 이번에 복직하게 된 해고노동자들까지 힘을 모아야 할 부분이다. 다시 위기가 닥치더라도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각 주체들이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지난 9년의 세월 동안 쌍용차 구성원은 물론 사회가 겪어야 했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단번에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없다. 설령 새로운 생산방식을 도입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구성원의 협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지속되기 어렵다. 노사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침 이번 복직 합의를 통해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경험도 쌓은 만큼, 이런 소통의 자리를 지속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이번 합의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역할을 했던 것처럼 노사뿐만 아니라 사회가 노사 대화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