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 민중의소리] [사설] 12년만의 ‘광우병 시위 소송’ 확정 판결

[사설] 12년만의 ‘광우병 시위 소송’ 확정 판결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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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시민단체와 간부들을 상대로 정부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무려 12년 만에 정부의 청구가 부당함을 사법부가 확인한 것이다. 시민사회의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 했던 이번 소송에서 공권력은 마땅한 교훈을 찾아야 한다.

9일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정부가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와 이들 단체의 간부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들 단체가 2008년 5~6월 개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경찰에 폭력을 행사하고 버스 등을 파손했다며 같은 해 7월 소송을 냈다. 정부는 경찰관과 전의경 300여 명의 치료비, 버스 파손과 각종 장비 손실 비용 등 총 5억 1천 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시민단체들이 집회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행위에 가담하거나 이를 지시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고,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정부의 상고를 기각했다. 집회나 시위의 주최측이 모의하거나 사주한 것이 아닌 참가자들의 우발적인 불법행위에 대해 주최측에 손실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례를 대법원이 확정한 것이다.

판결 이후 시민단체들은 이 소송이 “이명박 정부가 헌법적 권리인 집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입막음 소송이자, 공공영역에 대한 비판적 참여를 봉쇄하기 위한 전략적 봉쇄소송이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1, 2심 패소에도 상고심까지 12년을 끌어온 것에 대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상대방을 위축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탄핵 촛불 시위 등 우리 시민사회의 집회시위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성숙한 것이었다. 집회와 시위는 사회적 약자들이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주장을 두드러지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며, 다소 간의 마찰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라는 정부의 잘못된 행정에 맞선 국민적 시위에 대해 몇몇 불법 요소를 빌미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정치보복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부르며 반성했다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민사회를 탄압하고 공격했다. 몰락한 이 전 대통령 처지가 바로 이런 오만과 정치술수 때문이라는 점이 두고두고 교훈으로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