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의 인권이야기)직장 내 괴롭힘과 무더기 보복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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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6일부터 ‘직장 내의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어 직장 내 괴롭힘을 행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직장에서 일어난 괴롭힘에 대해서 신고를 한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도 금지된다. 직장에서 왕따를 시키거나, 욕설 등 폭언을 일삼거나, 개인 심부름을 시키는 상사가 있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이제 형사처벌 대상되는 범죄행위다. 물론 부족한 점이 많이 있어서 더 개정되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직장 내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졌던 ‘직장 갑질’ 등의 괴롭힘에 무방비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만으로도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회사에서는 유난히 직장 갑질을 비롯한 괴롭힘 행위가 공공연히 행해져 왔다. 인격 모욕적인 욕설을 들어도 참아야 했고, 무릎도 꿇고 빌어야 했고, 폭행을 당해도 참아야 했다. 보복성의 부서 배치나 인사 불이익을 당해도 참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법이 시행되기 전 부천의 한 종합복지관에서는 지금 시행되는 법에 비추어 보면 명백히 처벌 대상이 되는 일이 일어났다. 2015년, 사회복지사 A씨는 둘째를 임신한 뒤에 이 사실을 상사에게 알렸다. 그런데 그 상사는 “면접 때는 둘째 안 낳는다고 했었다”라며 A씨를 뻔뻔하다며, “가임기 여성을 다 잘라야 해.”라고 말했다. 복지관 후원자를 만나는 접대 자리에도 불려나가 노래방에도 갔다. 성희롱을 당해도 참았다. 그렇지만 아이를 임신한 게 폭언을 들을 정도의 잘못이란 말인가. 이런 생각에 미치자 A씨는 처음으로 직장에 이 문제의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상사와 관장은 도리어 A씨를 조직 문화를 해치는 이기주의자로 몰아갔다. 직장 내 동료들도 등을 돌렸다. 당시 같은 복지관에 근무하고 있던 계약직 사회복지사였던 B씨는 이 사실을 지역 사회에 알리고 공동대책기구를 만들어 활동했고, 페이스북에 이 사실을 알리는 포스팅을 여러 번 했다. 이런 이유로 B씨는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종료되기 전에 계약 만료를 이유로 해고되었다. 그리고 해당 법인과 관장은 B씨를 상대로 보복성 소송을 진행했다.
함께 했던 지역의 동료들의 1인 시위에도 소송을 진행해서 지역사회의 동료들도 함께 하기를 부담스러워했다. 설상가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게 기각되었고, 법원에서는 이를 근거로 B씨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 B씨는 지난 4년 동안 5건의 소송을 당해야 했고, 지금도 소송은 진행 중이다. 페이스북 게시글 당 1백만 원씩 배상을 하라고 했고, 지금까지 누적 금액이 2,200만 원이다. 복지관에서 이 사건 이후 총 29건의 소송을 진행을 했으니 소송으로 괴롭힘을 가하는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조합도 없는 직장에서 개인이 직장 상사의 부당한 괴롭힘에 맞서서 싸운다는 일은 너무도 힘든 일이다. 이들만이 아닐 것이다. 2018년 5월 1일에 ‘직장갑질 119’는 대표적인 직장 갑질 10가지를 발표했다. 간호사 태움, 개목걸이 갑질, 노래방 성폭력, 노비계약, 닭사료 갑질, 마사지 갑질, 생리대 갑질, 아빠 갑질, 집청소 갑질, 턱받이 갑질 등이 그것이다. 간호사 태움이나 턱받이 갑질은 많이 알려졌지만, 생리휴가를 요청한 계약직 직원에게 생리대를 보여 달라고 하는 직장 상사가 있고, “아빠라고 생각하고 안아 보라”는 상사가 지금은 사라졌을까?
두 사회복지사의 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손배가압류를 철폐하기 위해 활동하는 ‘손잡고’등의 인권·노동단체들은 오는 2월말까지 온라인 후원 플랫폼 소셜펀치를 통해서 “직장 내 괴롭힘에 맞선 용기가 무더기 보복 소송에 무너지지 않도록” 손을 잡자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 캠페인이 성공해서 4년 넘게 사회복지 현장에서 고통당하는 그들에게 아직 세상은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면 좋겠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pl317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