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안전 최우선? 손배·가압류 남용 제재? 대통령의 거짓말”
비정규직 이제 그만 촛불행진 준비위 '휴지 조각 된 10대 노동공약' 선정... 2월8일 2차 촛불행진
배혜정 기자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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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이제 그만 1천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과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2차 촛불행진 준비위원회’ 주최로 2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10대 거짓말·전태일 50주기, 50대 요구 기자회견에서 비정규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노동기본권 보장과 생명·안전 최우선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통령의 거짓말을 피노키오의 코에 빗댔다. 정기훈 기자
“김용균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가 모두 노력해야 합니다. 생명과 안전을 이익보다 중시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공공기관 평가 때 생명과 안전이 제1의 평가기준이 되도록,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도 속도를 내겠습니다.”(2019년 2월18일 고 김용균씨 부모 면담 자리)
“10대 재벌기업의 사내하청 근로자 49만명 중 40만명은 불법파견에 해당합니다. 이것만 바로잡아도 좋은 일자리 40만개가 늘어납니다.”(2017년 유튜브 주간 문재인 5회 ‘비정규직의 눈물’)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남용은 노동 3권을 무력화시키는 부당한 처사입니다. 국민의 손으로 바꿔 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그래서 노동자들이 행복한 세상,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나갑시다.”(2015년 10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손잡고 출범 축사)
당 대표 시절부터 대선후보, 그리고 대통령이 된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노동자들에게 약속한 노동공약들이다. 약속은 지켜졌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10대 거짓말은?
2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 ‘노동존중’ 옷을 입은 피노키오의 코가 점점 길어졌다. 길게 늘어난 코에는 ‘노동기본권 보장’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같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약속했지만 3년 넘게 답보 상태, 혹은 휴지 조각이 된 10대 노동공약이 적혀 있었다. 공약 이행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정부를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에 빗댄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비정규직 이제 그만 1천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과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2차 촛불행진 준비위원회’는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졌다면 오늘도 또 다른 김용균이 밥 벌러 갔다 퇴근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도로공사·가스공사·자동차 불법파견 노동자들이 곡기를 끊고, 땅을 기고, 하늘에 오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선정한 ‘지켜지지 않은 대통령의 약속’은 △생명·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약속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체불임금 국가 책임 △임금 감소 없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노동기본권 보장 △청년일자리 △손배·가압류 남용 제재 △블랙리스트 적폐청산 등 10가지다.
실제 2017년 7월 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에 나온 “국민의 생명·안전을 우선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는 강렬했다. 하지만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은 파견용역회사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받는 자회사 설립 남발로 귀결됐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대통령 스스로 철회했다. 불법파견이 확인된 재벌 대기업 어느 한 곳도 처벌받지 않았다.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할 한국지엠·아사히글라스 비정규 노동자들은 외려 일자리를 잃었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소식은 아직도 들리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노동 3권을 무력화하는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한 손배·가압류는 여전히 남용되는 실정이다.
비정규직 단체들은 비정규직·파견직·특수고용직을 비롯한 ‘이 시대 전태일’ 50명이 원하는 50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조선소 산재 은폐 근절”을, 윤성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장은 “불법파견 사용자 처벌 정규직 전환”을, 조성천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비정규지부 전남지회장은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인 직접고용”을 제시했다.
이들 단체는 “문재인 대통령의 거짓말을 바로잡고, 이 시대 전태일의 요구안을 실현하기 위해 2차 촛불행진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다음달 8일 광화문광장에서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2차 촛불행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