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7 JTBC] 휴직통보, 새해 첫날 해고…쌍용-한국GM '두 공장 이야기'

휴직통보, 새해 첫날 해고…쌍용-한국GM '두 공장 이야기'

원문보기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28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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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뉴스룸 2부는 두 공장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오늘(7일) 쌍용자동차의 마지막 해고노동자들이 노사 합의대로 11년 만에 회사로 출근했습니다. 하지만 아무 일도 못 했습니다. 출근 직전이던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무기한 휴직을 통보받았기 때문입니다. 새해 첫날에 해고된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한국GM 창원 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서로 다른 두 직장의 노동자들, 하지만 여러 공통점이 있습니다.

먼저 쌍용차 노동자들의 하루를 홍지용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홍지용 기자]

쌍용차 해고 노동자 46명은 지난 성탄절 전까지만 해도 부풀어 있었습니다.

11년 기다려온 복직이 눈앞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2월 24일, 무기한 휴직을 통보받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원래 출근하기로 돼 있던 날입니다.

휴직 통보에도 이들의 발걸음은 회사로 향했습니다.

[이덕환/쌍용차 노동자 :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죠. 저희는 솔직히 설마설마 했습니다. 설마설마 했는데 회사에서 (휴직 통보를) 막무가내로… 솔직히 경영상의 문제가 있는지 항상 어렵다 어렵다, 10년 동안 그렇게 해왔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웠습니다.

[이충대/쌍용차 노동자 : (복직하려고) 전에 다니던 회사 정리했는데, 갑작스럽게 (휴직을) 통보하는 바람에…다들 지금 힘들어하시고.]

이들은 2009년 해고됐습니다.

이후 복직을 위해 싸워왔고, 2년 전 정부와 노사가 해고 노동자를 다시 채용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지난해 71명이 먼저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46명은 부서도 직책도 없습니다.

[오늘 46명 공장으로 출근합니다. 파이팅!]

회사가 반기지 않는 출근.

그럼에도 시무식에 참석했고,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사측과도 만났습니다.

하지만 답을 명확하게 듣지 못했습니다.

[예병태/쌍용자동차 대표이사 : 여러분들이 돌아올 수 있는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다행히 그런 시기가 빨라진다면. 언제든지 또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만들 겁니다.]

[휴직 통보 노동자 : 악착같이 죽지도 못하고 버텼습니다. 근데 이 마지막이라는 소리가 무섭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원상 복귀시켜 주십시오.]

먼저 복직한 동료들은 출근길에도, 점심시간에도 이들을 찾아와 응원했습니다.

[노·노·사·정 사회적 합의 즉각 이행하라.]

11년 만의 출근길, 이들에겐 미완의 복직이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앵커]

쌍용차는 산업은행에서 1천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2018년 9월, 쌍용차 노사정이 100명 넘는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합의한 후에 지원이 결정됐습니다. 이 공적자금엔 백여 명을 복직시켜야 하는 회사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뜻이 담겼습니다. 산업은행은 한국GM에도 8천억 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출자합니다. 2018년 2월, 한국 지엠이 전북 군산공장을 폐쇄하자 정부가 협상 끝에 내놓은 고육책입니다. 역시 한국GM을 10년 동안 유지하는 경영정상화 그리고 고용 안정이란 조건이 달려있습니다. 고용보장을 외치며 수천억 원을 받아 가고, '경영이 어렵다'며 해고하는 완성차 업체들, 그런데 중재해야 할 정부는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GM 노동자의 이야기는 최규진 기자가 준비했습니다.

[최규진 기자]

비 내리는 공장 정문 앞에 현수막과 천막들이 늘어섰습니다.

곳곳엔 추위를 막기 위한 장작더미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해고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던 정문엔, 이 노동자들을 막기 위한 철침이 설치됐습니다.

한국GM 측이 공장에서 농성 중인 노조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겁니다.

천막 안 노조원들은 모닥불 옆에서 우산을 쓴 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진환/한국GM 창원 비정규직지회 대의원 : 지금 조합원들도 다들 가정이 있고 그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이 해고가 부당하기 때문에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

새해 첫날 이곳에선 비정규직 노동자 585명이 해고를 통보받았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사측에 해고 철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해가 바뀌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110여 명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았습니다.

촛불을 들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해 공장 안 천막에서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앞서 대법원과 고용노동부는 이들이 불법 파견 대상자라며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경영난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오는 2022년에나 신차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이유입니다.

[배성도/한국GM 비정규직지회 지회장 : 진짜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도 하루아침에 이렇게 버리진 않잖아요. 노동부도 그렇고. 대법원도 그렇고. 저희는 정규직 지위를 가진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노조 측은 사측이 경영실패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고용보장 방안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화면출처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