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복직축하 목도리 두르고 출근하는 ‘무기한 휴직통보’ 쌍용차 해고자
이승훈 기자 ls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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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약 11년 만에 출근하며 손에 꽃을 들고 있다. 2020.01.07ⓒ김철수 기자
“오늘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출근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서럽죠. 오늘 이 자리엔 대학교 3학년 딸이 복직 축하로 한 땀 한 땀 딴 하얀색 목도리를 두른 복직 대기자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회사로 정상 출근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목도리를 땄을 겁니다. 이토록 46명은, 그리고 그 가족들은 간절하게 희망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서러움을 안고 출근합니다.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 -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쌍용차 해고 노동자 11년 만의 출근 기자회견에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40여 명은 7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노사정 합의에 따라, 즐거운 마음으로 꽃을 들고 출근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9월 21일 노노사정(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회사, 쌍용차노조, 경사노위) 합의에 따라 2019년 12월 31일 자로 부서배치를 받아야 할 쌍용차 마지막 해고노동자 46명은 1월 6일까지도 부서배치를 받지 못했다. 대신 이들은 복직을 2주 앞둔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날 회사로부터 경영악화를 이유로 무기한 휴직을 통보받았다.
그래도 해고 노동자들은 이날 출근길에 올랐다. 2009년 6월 8일 정리해고를 당한 이후 10년 7개월 만의 출근이었다. 회사는 이들의 출근을 저지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서배치를 한 것도 아니었다. 노동자들은 애써 웃으며, 공장으로 들어섰다.
이날부로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출근할 계획이다.
7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에서 약 11년 만에 출근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손 흔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1.07ⓒ김철수 기자
이날 출근을 강행한 40여 명의 노동자 중에는 모든 조합원이 복직한 후 마지막에 복직하겠다고 약속했던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도 있었다. 김 지부장은 “출근해서 당당하게 부서 배치를 요구하겠다”며, 동료들과 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은 노노사정 4자 합의일 뿐만 아니라, 연이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죽음에 비통해하며 해고자 문제 해결을 간절히 바랐던 시민사회와 국민의 열망이 담긴 사회적 합의였다”며 “노노사정 합의서에 따라 적법하게 오늘 출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회사가 국민적 합의서를 이행하지 않고, 46명에게 업무배치를 하지 않는다면,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휴직 구제신청, 법원에 임금차액 지급 가처분 신청 등 모든 법적 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9·21 노노사정 합의에 따라 해고 노동자들은 차례로 복직하고 있다. 현재까지 해고 노동자 중 60%에 해당하는 71명이 복직했다. 예정대로라면, 이날부로 마지막 복직 대상자인 이들 46명이 복직하면서 복직문제가 마침표를 찍을 참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이들 노동자에게 무기한 휴직을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