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휴직 무기 연장 "사회적 합의 모독"
대상자 47명, 공장 복귀 앞두고 일방적 통보
김수나 기자 ssuk316@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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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쌍용자동차는 2020년 1월 부서배치를 앞둔 무급휴직자들에게 휴직을 무기한 연장한다고 일방적으로 결정, 통보했다.
이번 결정은 사측인 쌍용차와 기업노조인 쌍용차노조가 또 다른 교섭 당사자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를 뺀 채 합의한 것으로, 공장 복귀를 8일 앞두고 대상자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노사합의서’에 따르면 2019년 7월 1일 복직해 6개월 동안 무급휴직자로 지낸 47명은 언제 공장을 돌아갈지 알 수 없게 됐다. 휴직 기간은 2020년 1월 1일부터 다시 시작되며, 휴직 종료일은 공장 운영 상황에 따라 추후 합의한다. 휴직기간에는 급여, 상여의 70퍼센트가 지급될 예정이다.
지난 2018년 9월 쌍용차, 쌍용차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은 2019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모두를 복직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는 2009년 6월 2600여 명이 정리해고된 지 9년 만에 이룬 노노사정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였다.
애초 합의에 따르면 쌍용차는 2020년 1월부터는 무급 휴직자 모두를 부서 배치해야 하는데, 이 합의를 쌍용차와 쌍용차노조가 당사자와 아무런 논의 없이 깬 것이다.
지난 2018년 9월 이뤄진 쌍용차 해고문제에 대한 '노노사정' 사회적 합의 모습. ⓒ정현진 기자
김 지부장에 따르면, 이번 결정을 내린 쌍용차와 쌍용차노조는 “지난 7월 1일로 해고자가 모두 복직됐고 그간 무급휴직으로 지냈던 것인 만큼 2018년의 노노사정 합의는 이미 이행됐다, 다만 경영상 어려움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유급휴무로 합의한 것”이란 입장이다.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사전에 어떤 소통이나 논의, 배경설명이 없는 사측의 일방적 통보”라고 26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지부장은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이고 경영의 어려움도 인정하지만, 이번 복직문제를 법리적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8년 쌍용차 문제를 함께했던 수많은 이가 아픔을 치유하고 쌍용차가 기업 이미지를 쇄신해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랐던 사회적 합의였기 때문에 단지 법리적으로 맞다, 틀리다를 말할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영의 어려움은 최근 문제가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계속 적자라고 말했고, 회사의 어려움을 알고 있지만, 10년 동안 가장 고통받고 아프게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회사의 어려움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것은 매우 잔인한 일이며,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먼저 공장에 돌아가 일하고 있는 김정욱 사무국장(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이 26일 아침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안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강환주 대외협력실장 페이스북) |
그간 생계 때문에 전국에 흩어져 살던 이들은 오는 1월 공장 복귀에 맞춰, 하던 일을 정리하고 이사까지 하는 등 준비했던 터라 상심이 무척 큰 상태라고 그는 전했다.
김 지부장은 “10년 동안 지켜본 지인, 가족들에게 곧 공장으로 돌아간다고 알렸다. 이번 통보로 다들 심리적으로 무너지고 무척 힘들어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후 투쟁도 중요하겠지만 먼저 이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추스르게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소위 총무 정수용 신부는 “2018년 합의는 단지 노사의 이해만이 아닌 대 사회적 합의였다”며 “그럼에도 당사자를 뺀 채 이런 결정이 나온 것에 당혹스럽고 모욕감마저 느껴진다. 일방적 결정과 통보가 노동자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잘 보여 주는 것”이라고 26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정 신부는 “당시 합의는 대량해고 문제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아픔을 주었는지 알게 된 모든 이가 문제를 공정하게 해결하고 복원하기 위해 내린 합의였다”며 “회사에 사정이 있었다면 같이 논의해 해법을 찾아야지 일방적 태도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노조의 역할도 노동자를 대변하는 것인데, 마지막으로 공장 복귀를 앞둔 가장 약한 노동자를 대변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에 따른 책임도 기업노조가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오는 3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 사회 연대자와 함께 2018년 합의를 제대로 이행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