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대중공업, 노조에 20억ㆍ지부 위원장 등에 1억씩 가압류...의도는?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조선3도크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월간노동법률] 곽용희 기자 = 현대중공업이 현대중공업 지부에게는 20억, 현대중공업지부 외 조합원 10명에 각각 1억씩 가압류에 들어간 것이 확인됐다. 가압류는 7월 11일부터 19일에 걸쳐 나온 결정으로 이뤄졌다(사건번호 2019카단13900 등). 이 중 박근태 지부장 등 일부 노조 관계자에 대해서는 월급통장 압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중단 하청노동자임금체불 해결 촉구 울산지역대책위'가 지난 7월 24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한마음 회관 주주총회장 점거와 파업에 따른 손해액을 총 92억으로 산정하고, 이 가운데 입증 가능한 30억을 우선 가처분 신청했다.
회사는 곧 손해배상 청구 본안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또 울산지법은 최근 현대중공업이 신청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위반 간접강제금에 대해 노조가 1억5000만원을 회사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앞서 법원은 주총 당일 주총장을 봉쇄하거나 주주 입장을 막는 행위를 금지하고, 주변에서 소란을 피우는 행위를 금지했지만, 노조가 이 결정을 어겼다고 판단해 회사 측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추후 손해액에 입증되는 대로 청구액을 늘려가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에는) 입증 가능한 부분으로 한정해서 청구했지만, 생산 공장 지연부분에서 발생한 손해를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노조는 "회사가 손해배상 채권 확보를 위해 노조와 간부를 상대로 법원에서 예금채권과 부동산 등 30억원 가압류 결정을 받았다"며 "불법 날치기 주총에 대한 가처분 소송과 주총 무효 본안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 사측이 위법 여부와 피해가 확실하지도 않은 주총장 점거, 생산방해 등을 내세워 개인과 노조를 압박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성토했다.
■ 가압류와 대량 징계로 노조 압박에 나선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지부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일 기준으로 총 1,355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고, 이 중 695명에 대한 징계를 확정했다. 해고는 4명, 정직은 24명이다.
고소ㆍ고발도 병행했다. 현재 117명이 사측으로부터 고소ㆍ고발을 당한 상황이다. 협의는 특수절도, 업무방해, 폭행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측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5월 27일부터 주총 당일까지 5일 동안 주총 장소를 점거하면서 영업을 방해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를 했다. 이를 근거로 노조에게 징계, 고소고발,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자세다.
한편 강경한 이번 회사의 대응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한영석 사장은 지난 12월, 현대중공업에서 불법 노무관리 의혹이 발생하자 사과하고 노사업무 전담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등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가지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면에서 이번 강경대응은 임단협에서 유리한 고지를 가져가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공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쟁의행위를 하거나 투쟁이 벌어지면 손해배상, 가압류는 수순이라 새로울 것은 없다"면서도 "이번 가압류는 노조무력화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이번 강경 대응책으로 '손해배상 소송 취소'라는 카드를 하나 더 쥐고 추후 노조와의 협상 과정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함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거액의 손배 가압류가 다시 이슈화되면서 노동계를 중심으로 "가압류가 노동3권 행사를 저해하는 수단"이라는 주장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지 눈길을 끌고 있다.
노조 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손해배상과 가압류 남용이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는 부당한 처사라고 발언한 바 있다"며 "이를 잘 아는 대통령이 부당한 손배 가압류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섭 고려대 교수 연구팀이 지난 1월 24일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손배 가압류를 당한 근로자 중 3%가 자살을 시도했고, 지난해 6월 쌍용차 해고 노동자 김주중 씨는 손배 가압류로 인한 경제적 고통으로 자살했다. 2003년에도 두산중공업 노동자와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이 손배 철회를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이런 탓에 노조를 중심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송영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폭력이나 파괴 행위를 수반하지 않고 단순한 노무제공을 거부만 해도 업무방해죄 형사처벌, 해고 등 징계,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을 금지하는 등 제도개선을 통해 선별적 소 취하를 통해 노조를 파괴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측도 "정부는 사용자측의 무분별한 손배ㆍ가압류 청구가 남용되는 것을 제한하는 법과 제도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며 "특히 이번 현대중공업 문제에 적극 개입해 현실을 바꿀 수 있어야 제도 개선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