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24 민중의소리] “며칠 전 죽은 동료가 꿈에 나타났다”..국가 손배로 고통 받는 쌍용차 노동자들

“며칠 전 죽은 동료가 꿈에 나타났다”..국가 손배로 고통 받는 쌍용차 노동자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경찰, 진상조사위 권고 즉각 이행하라”

민중의 소리 /  이승훈 기자 lsh@vop.co.kr

원문보기 http://www.vop.co.kr/A00001416285.html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10년 만에 복직했지만 경찰이 손해배상가압류를 철회하지 않아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며 인권침해조사위원회 권고대로 가압류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19.06.24.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10년 만에 복직했지만 경찰이 손해배상가압류를 철회하지 않아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며 인권침해조사위원회 권고대로 가압류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19.06.24.ⓒ뉴시스

경찰이 약 16억 원에 이르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철회하지 않으면서 국가폭력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이하, 쌍용차지부)는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철회하라’는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의 권고를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8월 28일 ‘쌍용자동차 사건’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경찰청에 ‘공권력 과잉행사에 대한 사과’와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 취하’ 등을 권고한 바 있다.

또 지난해 9월 14일엔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과 최종식 쌍용차 대표, 홍봉석 쌍용차노조 위원장이 ‘복직대상 해고자들을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한다’는 내용으로 노·노·사 합의를 하면서 ‘쌍용자동차 사건’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진상조사위의 권고 이후 10개월이 넘도록 경찰로부터 손배가압류 취하는 물론 국가폭력에 대한 사과조차 받지 못하면서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기자회견문에서 쌍용차지부는 “사과는커녕 인간적 존엄마저 훼손하는 심각한 희망 고문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5월에는 조합원들에게 ‘가압류를 해지했으니 찾아가라’는 취지의 법원 등기가 왔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법원에 가자, (법원은) ‘오류’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쌍용차지부는 “우리는 이 일련의 사건을 단순 ‘오류’나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다”며 “국가폭력 트라우마로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을 안다면 경찰과 법무부의 안일한 조치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한 없는 기다림으로 이미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의 고통도 깊어지고 있다. 해고노동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비율이 전쟁 중에 이라크 군에게 포로로 잡혀갔던 쿠웨이트 군인들보다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알려졌고, 쌍용차 해고자의 아내들이 자살을 생각한 비율이 일반인보다 8배 높게 나타났으며, 손배가압류를 경험한 노동자들은 경험이 없는 노동자들에 비해 자살시도 비율이 30배 높게 나타났다”며 “또 우리는 1년 전 우리는 국가폭력 당사자이자 국가손배 대상자인 故 김주중 조합원을 서른 번째 희생자로 떠나보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는 국가폭력이 일상이 된 삶을 단 하루도 연장할 수 없다. 우리는 이 모든 폭력과 불안에서 단 하루도 견딜 수 없다”고 토로했다.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10년 만에 복직했지만 경찰이 손해배상가압류를 철회하지 않아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며 인권침해조사위원회 권고대로 가압류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19.06.24.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10년 만에 복직했지만 경찰이 손해배상가압류를 철회하지 않아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며 인권침해조사위원회 권고대로 가압류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19.06.24.ⓒ뉴시스

이날 기자회견에는 회사에 복직했지만 여전히 손배가압류로 고통을 겪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참가했다.

복직자 강환주 씨는 “빚은 계속 불어나는데 국가는 더 많은 돈을 갚으라고 한다. 솔직히 못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 죽은 동료가 꿈에 나타나 저를 때렸다. 그래서 잠을 못 이루었다. 국가폭력이 없었다면 살아있을 동료다. 손배가압류 트라우마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다 죽은 동료들을 생각하면…”이라며 한탄했다. 이어 강 씨는 “민갑룡 경찰청장은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정신적, 신체적 고통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피해자들에게 경찰의 지난 과오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더는 죽이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2009년 대한민국 및 경찰은 강제진압에 투입됐다가 손상된 경찰 헬기 및 기중기에 대한 금액으로 쌍용차지부 및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2013년 1심에선 14억1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고, 이후 2016년 2심에선 11억676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다. 판결금액에 지연이자까지 합치면 손해배상 금액은 약 1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또 회사는 조합원 등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취하했으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항소는 취하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 회사는 2018년 12월과 올해 3월 재판을 2차례에 걸쳐 연기했으나, 6월 21일 재판(서울고법)이 진행되면서 8월 23일 재판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