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을 준수했다, 그러자 회사가 1억원을 청구했다
대한항공 기내 청소노동자 ‘휴게시간 준수’ 쟁의에 손배 청구… 원하청노조 “대한항공·한국공항이 책임져야”
미디어오늘 /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687
“두 달째 아침마다 회사 앞 천막에 나옵니다. 오전 11시40분이 되면 대한항공 직원들이 건물에서 쏟아져나옵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섭니다. 그런데 비행기 청소노동자의 휴게시간은 다릅니다. 실제 취업규칙이 12시에 휴게(점심)시간을 말하는데, 이케이맨파워는 ‘노동자들이 사용자 승인 없이 휴게시간을 바꿨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4월부터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해온 김태일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장의 말이다.
대한항공 산하 7개 원하청 노동조합이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한항공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에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와 ‘노조탄압 ’ 중단을 촉구했다.
인천공항의 대한항공 비행기 청소를 맡은 노동자들은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의 하청업체, ‘이케이맨파워’ 소속이다. 이들(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은 지난해 초 회사와 단체협상이 결렬돼 쟁의에 들어갔다. ‘점심시간 지키기’와 ‘중량물 운반 안하기’ 등 합법 쟁의행위였다. 그간 회사는 노동자들 점심시간을 그때그때 비행 스케줄에 따라 바꿨다. 어떨 땐 아침에 먹으라 했고, 한없이 늦춰지기도 했다.
이에 이케이맨파워는 지난 3월 노조 간부 12명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임금 통장을 가압류했다. 5200만원에 이어 최근엔 6400만원을 추가로 청구했다. 비행기 청소노동자들 기본급은 법정 최저임금 수준이다. 지난 4월엔 원청 한국공항이 하청업체의 손배가압류 계획을 문서로 보고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노조는 이를 원청인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의 ‘노조탄압 개입’이라고 보고 지난 4월17일 대한항공 본사 앞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노조는 노동청에 한국공항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했지만, 강영식 한국공항 사장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찬무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부실장은 이날 “밥 한번 제대로 먹어보겠다고 시작한 투쟁이 1억 1000만원 손배청구로 돌아왔다”며 “대한한공과 한국공항이 책임지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대한항공 승무원인 편선화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여성부장은 “최근 한 라디오 사연을 들었다. 비행기 청소노동자인 어머니가 매일 비행기를 타면서도 해외여행은 한 번도 안 가봤다는 가슴 먹먹한 내용이었다”며 “이들의 임금을 생각하면 해외여행을 못 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최저임금에서 조금이라도 올려달라는 준법투쟁에 회사는 임금을 가압류했다”고 비판했다.
이들 노동조합은 “실제로 청소 도급비용을 내고 용역 서비스를 받는 것은 원청인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이다. 하청업체가 원청 승인 없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며 “원청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손해배상 청구와 노조탄압 개입을 멈추고 장기농성 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날 공동성명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대한항공조종사노조·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공항항만운송본부·민주한국공항지부·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등 7개 노조가 참여했다. 이들 지부는 공동성명을 각자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에 전달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미디어오늘에 “따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