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30 경향신문] 복직 약속 깬 쌍용차…“합의대로 1월6일 출근”

복직 약속 깬 쌍용차…“합의대로 1월6일 출근”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2301601001&code=940702#csidxdc33d6512171220a2cd1634a4c8d278 

 

해고자 46명, 사측 ‘무기한 휴직 연장’ 문자 통보 규탄
“평택 이사도 했는데” “차 만드는 아빠, 약속 못 지키나”
금속노조·민변 “당사자 동의 없는 24일 노사합의 무효”

쌍용차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3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마지막 남은 해고자 46명의 복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쌍용차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3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마지막 남은 해고자 46명의 복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충대씨(43)는 이달 초부터 복직을 준비했다. 다니던 회사에 “이제 그만둔다”고 얘기했다. 지인들에게도 쌍용차 공장이 있는 경기도 평택으로 떠난다고 인사했다. 지난 16일부턴 평택으로 이사할 준비를 했다. “복직한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짐을 날랐어요.” 24일 오후 4시쯤 ‘복직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아이들과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고 있을 때였다. “아내가 ‘이제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데 아직 답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요. 회사와 기업노조가 (복직) 일주일 전에 일방적으로 (연기를) 통보한 건 복직 대기자들에게 사기친 겁니다.” 

다른 해고노동자 김상민씨(40)는 딸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멋진 자동차를 만드는 아빠의 모습을 어린 딸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게 됐어요. 딸들이 그렇게 바라는 바닷가 가족여행도 올해 못 가게 됐습니다.” 김씨는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가족들 옆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로부터 지난 24일 ‘기한 없는 휴직 연장’ 통보를 받은 노동자들이 해고자 복직 합의를 파기한 사측과 기업노조를 규탄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시민사회단체는 3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노사가 서명한 해고자 복직 합의가 이토록 우스운 합의였나”라며 “쌍용자동차는 억울한 죽음이 멈추기를 바랐던 국민적 열망을 기억해 마지막 남은 해고자 46명이 일터로 돌아가 자동차를 만들게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쌍용차와 기업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009년 정리해고된 노동자들 중 60%를 2018년 말까지, 나머지 해고자를 올해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노노사정 합의에 따라 해고노동자 119명 중 71명이 지난 1월1일 복직했다. 마지막 남은 46명의 노동자들은 지난 7월1일 재입사해 무급 휴직하다 내년 1월2일 복직을 앞두고 있었다.

쌍용차와 기업노조는 지난 24일 ‘경영상의 어려움’을 들어 갑자기 휴직을 무기한 연장했다. 휴직기간 동안 급여와 상여금의 70%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출근일자는 라인 운영 상황에 따라 추후 합의한다고 밝혔다. 해고노동자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시민사회단체는 “24일 노사합의는 무효”라고 했다. 정병욱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를 배제한 채 사측과 기업노조만의 합의로 노노사정 합의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없다”며 “당사자 동의가 없으면 노사합의는 철회하거나 다른 노사협의로 변경할 수 없다. 24일 노사합의는 다수노조(기업노조)가 소수노조(쌍용차지부)의 결정과 의견을 무시한 것으로 노동조합법에 명백히 위반돼 무효”라고 말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2009년 정리해고 이후 10년을 싸웠는데 46명의 노동자들이 또다시 복직을 무기한 기다리게 됐다. 인정할 수 없다”며 “30명에서 멈췄던 쌍용차 노동자들의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막아내겠다”고 했다. 2009년 정리해고 이후 해고노동자와 가족 3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병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지난 1월 복직한 노동자들은 동료 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해 평택 공장 안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30일에는 기업노조를 방문해 노사합의에 항의하고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해고노동자들은 복직 예정일에 출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노노사정 합의에 따라 저를 포함한 노동자 46명은 내년 1월6일 평택 공장에 출근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