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야합을 사회적 대화로 포장하는 정부와 경사노위를 규탄한다
탄력근로제 확대 시도 중단! 청년·여성·비정규 노동자대표 겁박 중단!
1.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사회적 대화 존중이라는 낡은 믿음이 2019년 한국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다. ILO(국제노동기구)는 사회적 대화에서 국가의 역할을 “자율적인 노동자단체 및 사용자단체가 보복의 두려움 없이(without fear of reprisal) 자유롭게 행위할 수 있는 정치 및 시민사회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ILO는 또한 사회적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로 강력하고 독립적인 노동자단체 및 사용자단체의 존재,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등 노동기본권에 대한 존중 등을 들고 있다.
2.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대화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정부여당은 경영계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때 발생하는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를 도구화/형식화하고 있다. 정부는 경사노위 출범 전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를 합의한 후 경사노위가 출범하자마자 1호 의제로 던져놓았다. 경사노위는 경사노위법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5인의 밀실야합을 ‘경사노위 노사정 합의문’으로 포장해서 발표했다. 경사노위 본위원회 의결이 불발한 다음날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곧바로 밀실야합문에 있는 내용 그대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의안번호 2019069)을 대표발의했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존중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사회적 대화를 도구화/형식화하면서 미리 정해놓은 일정에 맞추어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탄력근로제 확대가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도 전적으로 정부여당이 져야 한다.
3. 정부와 경사노위가 가장 앞장서서 본위원회 무산의 책임을 청년/여성/비정규 대표 3인에게 전가하는 정치사회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보복의 두려움 없이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사노위 출범식에서 ‘그동안 소외되었던 분야의 대표들이 참여함으로써 명실상부한 한국형 사회적 대화의 대표성을 갖추었’고 밝혔다. 그러나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를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였고,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인을 철저히 배제했다. 탄력근로제 확대로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을 90%의 미조직 노동자들 목소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인은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의 절차적·내용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경사노위법에 정해진 방식에 따라 반대의사 표시를 명확히 했다. 그에 대해 정부와 경사노위는 3인 대표를 격렬히 비난했다. 권력의 즉각적이고, 짜증섞인 비난에 보복의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자는 없다. 청년/여성/비정규 대표 3인에 대한 겁박은 국제기준의 상식에서 한참 벗어난 국가의 역할이다. 정부와 경사노위는 자신들의 밀실야합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4. 밀실야합의 한 축인 한국노총은 자중해야 한다. 한국노총은 73년의 역사에서 한순간이라도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이었던 적이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이승만, 박정희 정권에서 관변단체였던 것은 오래된 과거의 일이라고 치더라도, 2007년 대선 때 이명박을 지지하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노사정합의를 했던 역사를 보면 한국노총을 독립적인 노동자단체로 평가하긴 쉽지 않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조차 얼마전 한국노총에 탄력근로제 확대를 합의해준 것에 감사를 표시하면서 한국노총과의 관계가 소원해져 아쉽다고 하지 않았나. 또한 한국노총 창립 73주년 기념식에서는 "친한국노총파 원내대표가 되고자 한다"고 추파를 던지지 않았나. 재벌과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감사와 추파는 노동조합에게 자랑이 아니라 모욕이다. 한국노총은 청년/여성/비정규 대표 3인에 대한 책임전가를 중단하고 ILO가 말한 사회적 대화의 조건, 즉 자신들이 독립적인 노동자단체로서 활동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5. 무엇보다 정부여당이 입법화를 시도하고 있는 탄력근로제 확대의 본질은 공짜 연장근로, 고무줄 노동시간의 일상화를 합법화하는 것이다. 경사노위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과 국회 한정애 의원 법안의 내용은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을 1주 64시간 노동을 6개월 연속하여 일하게 하도록 합법화하고 주단위로 근로시간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기계나 고무줄이 아니다. 장시간 노동, 들쭐날쭉 노동은 노동자들, 특히 90%의 미조직 노동자들의 삶과 건강을 파괴하고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한국사회의 일터에 만연한 장시간노동과 과로는 인간다운 삶과 기본적 인권을 파괴한 주범이다. 정부여당은 지금이라도 당장 탄력근로제 확대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6. 노동기본권의 존중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ILO가 밝히고 있듯이 노동기본권의 존중은 사회적 대화의 필수 조건이다. 그런데 경사노위는 ILO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양보가 필요하다며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심각히 후퇴시키는 노조법 개악안을 논의하고 있고,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단결권을 후퇴시키는 내용의 노조법 일부개정안(의안번호 2017907)을 대표발의해 놓고 있다. 노동기본권의 존중 없는 사회적 대화는 실패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대화로서의 의미도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7. 우리는 요구한다. 정부와 경사노위는 90% 미조직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과 기본적인 인권을 파괴할 탄력근로제 확대 시도를 중단하라. 밀실야합을 사회적 대화로 포장하려는 시도와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겁박을 중단하라. 사회적 대화는 노동기본권의 존중 아래서만 가능하다. 노동기본권부터 존중하라.
2019. 3. 11.
61개 노동/인권/시민/사회/종교/법률 단체 일동 과로사예방센터, 노동건강연대, 노동법률5단체[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라이더유니온, 손잡고, 아르바이트노동조합, 이주공동행동,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직장갑질119, 청년정치공동체너머, 평등노동자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 소속단체[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광주인권지기 활짝,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주연대, 다산인권센터,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사회진보연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새사회연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서울인권영화제,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들, 인권교육온다, 인권연극제, 인권운동사랑방,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장애여성공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진보네트워크센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인권연대나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