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 편지-박래군 운영위원] 올해도 잡은 손 놓지 말고

 

박래군(운영위원, 인권재단 사람 소장)

지난 1월 24일, 손잡고가 가장 빛났던 행사가 열렸습니다. 236명의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들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게 된 것이죠. 6개월에 걸쳐서 손잡고의 윤지선 활동가는 전국을 돌면서 손배가압류 피해자들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수백 문항의 설문지를 받아냈습니다. 그 결과를 고려대 김승섭 교수 연구팀이 분석을 해서 이날 발표하게 된 것이지요. 국가기관도 하지 않고,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도 하지 않은 일인데, 아무도 하지 않은 이런 전수조사를 할 수 있는 게 손잡고라는 걸 증명하는 날이었습니다.

     이날 발표된 조사결과는 일간지, 주간지, 방송 등에서 다루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드러난 결과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손배가압류 피해자들은 심적 고통으로 자살을 생각하거나 기도하기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수십 배에 달하는 고통이 몸과 마음에 병을 낳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날 발표한 내용은 우리 홈페이지나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곧바로 설 연휴가 되어서 조사결과를 더욱 확산시키기에는 조건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조사결과를 통해서, 손배가압류는 업무방해죄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유력한 수단이라는 게 드러났습니다. 업무방해죄가 형사처벌을 용이하게 함으로서 노조 할 권리를 부정한다면, 손배가압류는 노동자들의 목줄을 옥죄면서 노조를 포기하도록 압박합니다. 이 두 개만으로도 한국에서는 노동권은 설 수가 없습니다. 노동3권을 비롯한 노동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헌법이 실제 구체적인 현실에서는 완전히 무력화되고 있는 것이지요. 민주주의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지금 한국사회에서 벌이지고 있는 것이죠.

     지난 연말에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복직하는 감격스런 상황도 보았지만, 다시 지난달에는 국가손배 대상자들의 임금이 압류되는 일도 보았습니다. 아직 현장에서 손배가압류는 노동조합을 부정하고 노동자들을 무권리 상태로 내모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올해 다시 손배가압류를 없애기 위한 활동에 나서면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심의조차 되지 않고 차일피일 시간만 흐르고 있고, 지금의 정부와 여당조차도 의지가 없는 현실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나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우리가 시작한 일, 우리마저 포기하면 손배가압류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은 그만큼 더 힘들어질 것인데, 중단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올해는 당장의 손배가압류를 막는 입법은 못하더라도 우리 활동가가 발로 뛰면서 조사한 결과를 들고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손배가압류의 실체와 우리 사회에서 노동권이 존중받는 사회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꾸준히 해나갈 수밖에요. 그 일에 더 많은 사람들이 손에 손잡고 함께 가도록 만들어야겠는 생각입니다.

    올해도 잡은 손 놓지 않고 함께 가보고 싶습니다.

2019년 2월 14일

손잡고 운영위원 박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