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줬다 빼앗는' 설상여..명세서에 붙은 '압류' 딱지
곽승규 기자 heartist@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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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쟁의행위를 벌인 노동조합을 상대로 사측이 제기하는 손해배상 소송…
노동자의 임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소송이다보니, 개인이 감당하기엔 불가능하죠.
이런 소송이 노동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몇년째 잠자고 있습니다.
곽승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북 구미의 반도체 생산 기업 KEC.
한 노동자의 설 상여금 명세서입니다.
애초 163만 원 정도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마이너스' 항목에 136만 원.
손에 쥐는 건 고작 26만 원 뿐입니다.
상여가 압류되는 직원은40명이 넘습니다.
[이종희/KEC 노동조합 지회장] "명절에도 집에도 가지 못하고 숨겨야하고.."
시작은 지난 2010년, 노동자들이 사측의 직장폐쇄에 맞서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노사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특히 징계와 고소,고발 손배소를 최소화한다고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합의가 무색하게도 돌아온 건 301억 원.
개별 노조를 상대로 한 사상 최대 금액의 손배소 청구서였습니다.
사측은 "공장 점거 때 벌어진 시설 파손 등 피해 금액"이라고 설명했지만, 공장점거 석달 전부터 사측은 이미 노동조합원 압박을 위해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노조를 옥죌 목적이었던 겁니다.
300억 원은 법원 조정 명령을 거쳐 30억 원으로 낮아졌지만 최저임금 수준만 받는 노동자들에겐 재앙입니다
[이종희/KEC 노동조합 지회장] "한 명이 나가게되면 나머지 30억 원을 줄어든 인원이 갚아야하고..(그래서) 죽을만큼 고통스럽지만 남아있는 거고."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당한 노동자 236명을 실태조사했더니 우울증상을 경험한 비율이 일반 노동자에 비해 10배 이상 높았고 열 명 중 세 명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던 걸로 나왔습니다.
[박주영 박사/고려대 보건과학대학] "이 상황을 두고 한 노동자분은 이렇게 표현을 하셨어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희망이 없어서 죽는다."
해법은 있습니다.
지난 2014년.
가압류에 시달린 노동자를 돕자는 노란봉투 캠페인이 발전해 기업의 무분별한 손배소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발의로 이어진 겁니다.
하지만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법안은 여전히 잠자고 있습니다.
그 사이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손해배상액 14억7천만원, 퇴직금 가압류, 부동산 가압류.”
지난해 6월 숨진 고 김주중 씨가 생전에 남긴 문자입니다.
지금까지 소수의견이었습니다.
곽승규 기자 (heartist@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