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노동존중 약속 어디로 갔나?”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 100인, 문 대통령에 면담 요구
황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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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제공>
“대통령 첫 방문지 인천공항의 정규직 전환은 0명입니다” “고용이 안정되게 하겠다구요? 지금도 해고되고 있습니다” “10대재벌 불법파견 해결 약속, 왜 지키지 않습니까?” “위험의 외주화, 생명·안전 업무 외주화 금지 약속했지만 아직도 죽고 있습니다” “처벌은 말뿐, 아직도 노조할 권리는 보장되지 않고, 사용자에 의한 폭행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 성폭력, 성희롱에 내몰린 비정규직, 어떤 조치를 하고 있습니까?” “원하청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겠다구요?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까?” “최저임금 올리고 노동시간 줄인다는 약속, 어디 갔나요?”
전국 곳곳, 다양한 형태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정규직화를 약속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해 사내하청 노동자, 방과후 강사, 마트노동자, 대리운전 노동자, 자동차 판매 노동자…. 1100만 비정규직을 대표해 100인 명단이 꾸려지고 이들 100인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정규직 그만쓰개!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주관으로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비정규직 대표 100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는 ‘비정규직을 위한다’는 말을 수시로 했지만 정작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은 적은 없다”면서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직접 말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 100인을 만나서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시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 대표 100인이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는 내용은 크게 8가지 주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법원의 정규직전환 판결에도 해고되는 노동자들 △10대재벌 불법파견 해결 약속 △위험의 외주화, 생명·안전 업무 외주화 금지 약속 △비정규직 노동 3권을 보장 △성폭력, 성희롱에 내몰린 비정규직 문제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 등 공정경제 확산 약속 △최저임금 문제와 장시간 노동 문제 등이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의 첫 업무지시이기도 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에 대한 좌절감을 토로했다. 대표단은 “2017년 5월12일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던 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희망을 꿈꿨으나 1년 6개월이 지난 오늘, 인천공항에서는 그 어떤 비정규직도 정규직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아이들의 직업체험을 가르치는 한국잡월드, 불법파견 판결까지 받은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비정규직도 마찬가지로 얼마 안되는 정규직 전환은 자회사라는 가짜 정규직으로 뒤바뀌었고, 지역과 학생들을 상담하는 화성시 상담사 선생님들은 12월31일자로 해고통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위험의 외주화 역시 바뀐 게 없다는 점도 환기됐다. 대표단은 “강릉선 KTX 열차가 선로를 이탈하던 2018일 12월8일 오전 7시35분. 가장 당황한 것은 열차에 타고 있던 승무원들이었다”면서 “누구도 이들에게 현재 어떤 상황이고, 무슨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 말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승무원들은 철도공사가 아닌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이었기 때문. 대표단은 “단절된 정보와 소통의 부재. 시스템에서 소외 된 승무원들은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고군분투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KTX 선로이탈과 KT 통신대란을 비롯한 연이은 사고의 다른 이름은 위험의 외주화”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화력발전소에서 운전·정비를 하며 20년째 용역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이태성 씨는 “오늘 동료를 잃었다. 25살 꽃다운 청년이, 석탄 이송하는 기계에 끼어 머리가 절단 났다. 죽은 시간은 알 수 없다. 무려 6시간동안 방치되어 있었다”고 전하면서 “지난 10월18일, 국감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규직 안해도 좋다.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달라. 그런데 오늘 또 동료를 잃었다. 이제 더 이상 내 옆에서 죽는 동료를 보고 싶지 않다”고 심정을 밝혔다.
대표단은 “정부는 10대 재벌그룹의 불법파견을 바로잡아 40만 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2월31일자로 해고되며 현대차 계약직 노동자는 노조 가입을 했다고 해고됐고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할 기아차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10년 넘게 일했던 자리에서 쫓겨나고 있다”면서 “그러나, 불법파견을 저지른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 한국지엠 카허카젬 사장 등 재벌총수는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노조 결성을 가로막는 사용자측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겠다’고도 약속했지만 현대기아차 자동차 판매 비정규직은 노조에 가입했다고 얼굴에 침을 맞고 폭행당했으며 대리점이 폐쇄되고 1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해고됐고 TV와 모니터에 들어가는 유리를 만드는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은 노조를 만들자마자 178명이 집단해고 됐음에도 사용자는 단 한 명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넝마주이가 된 최저임금 1만원, 탄력근로제와 처벌 유예로 무력화된 주52시간, 지금도 해고되는 조선소 하청노동자, 쪼개기 계약으로 고통받는 기간제 교사, 중도 계약해지로 겨울이 두려운 청소노동자, 프리랜서라는 말 속에 생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문화예술인. 대통령이 기다려 달라고 한 1년 6개월이 만든 일자리 풍경”이라면서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과 사용자 처벌, 공공부문의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노조법2조개정과 1100만 비정규직을 양산한 파견법 기간제법 폐기를 요구했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 100인과의 대화를 올해가 가기전에 연말내에 진행할 것을 거듭 요구하며 오는 20일까지 대통령의 답을 기다리겠다고 밝히면서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경우 21일 광화문 광장 촛불행진을 시작으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