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비정규직의 잇따른 사망..“지난해에도 협착사고”
20대 하청 비정규직 故 김용균 씨도 정규직 전환 심사 대상자였다
이승훈 기자
원문보기 http://www.vop.co.kr/A00001361568.html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정규직 공동 투쟁' 소속 비정규직 대표자 100인이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인 이태성 씨가 저는 오늘 동료를 잃었습니다. 정규직 안 돼도 좋으니 더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했는데 꽃다운 젊은 청춘이 또 목숨을 잃었습니다 라며 눈물 흘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지난 10월18일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규직 안 해도 좋으니,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 달라고. 그런데 오늘 또 동료를 잃었습니다.”
11일 ‘비정규직 대표 100인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태성(45) 한전산업개발 발전노조 사무처장의 말이다. 이 씨는 이날 새벽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9·10호기 발전소 내 석탄운송설비에서 협착사고를 당해 숨진 故김용균(24) 씨와 같은 구역에서 일하는 동료이다.
그는 김 씨와 같은 발전소 내에서 같은 업무인 현장운전업무를 하고 있었지만, 소속은 달랐다. 이태성 씨는 한전산업개발, 김 씨는 한국발전기술 소속으로, 두 사람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던 故 김용균 씨.ⓒ기타
입사 2개월차 하청 비정규직의 외로운 죽음
“3년마다 최저낙찰로 용역회사가 바뀌는 구조”
“‘2인1조’ 요구해도, 하청→원청→기재부 탓”
앞서 이날 새벽 김 씨는 발전소 내 석탄운송설비인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채, 같은 용역회사 소속 동료들에게 발견됐다.
김 씨는 이날 오후 6시 교대근무로 출근했다가 오후 10시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동료들이 그를 찾아 나섰고, 새벽 3시32분경에서야 사고를 당한 김 씨를 발견했다. 2인1조로 작업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인원 부족 등을 이유로 혼자 점검하러 나갔다가 이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 24살인 김 씨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 곧바로 이 회사에 입사했다. 그는 하청업체 1년 계약직으로, 입사 2개월 만에 혼자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현장엔 CCTV조차 없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정확히 언제 어떤 이유로 사고를 당했는지 알 수가 없는 상태다. 사고 발생 후 길게는 5시간 가량 방치돼 있었다고 추정될 뿐이다.
이태성 씨 등에 따르면, 발전소는 그동안 현장 운전 및 정비 업무 등을 하청 비정규직을 통해 해결해 왔다. 하청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노동자들은 계속 일을 하고, 최저가로 낙찰된 용역업체만 3년마다 바뀌는 구조라고 했다.
노동자들은 하청업체 측에 안전문제가 있다며 ‘2인1조’를 위한 인력충원을 수차례 요구했다. 이 때마다 사측은 원청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책임을 미뤘고, 원청은 기재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또 책임을 미뤘다고 한다. 그 사이 수많은 하청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2017년 11월에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협착 사고로 노동자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4년에서 2016년 사이에도 잇따른 추락사고로 3명이 숨졌다. 그 이전에도 작업 또는 공사 중 수많은 사고로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쳤다.
이태성 씨는 “어떻게든 직영화 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노동자들이 수차례 요구했다. 그래야만 인력도 충원하고 안전관리비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부터 2018년 12월11일까지 발생한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안전사고 및 사망사고 현황.ⓒ한전산업개발 발전노조
정규직 전환 심사 대상자였던 故 김용균 씨
“정규직 전환 심사, 1년 6개월째 공회전”
이 씨와 김 씨 또한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따라, 정규직 전환 심사를 받아야 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이다.
하지만, 사측에선 이들 노동자들을 직고용 대상으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민간 고도의 전문성을 다루는 영역이고, 정부의 화력발전소 폐쇄 계획 등 산업수요정책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로 1년6개월 동안 협의가 진전이 없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이 씨는 “노조는 ‘생명·안전 분야’이기에 계속해서 직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산업통산자원부에선 발전소를 민영화하는 정책을 20년간 시행해 왔다”며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부처 간 충돌지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피해는 가장 힘없는 하청 비정규직에게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