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조파괴 사태에 대한 책임과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기자회견]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1. 지난 29일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11월 22일 아산공장에서 벌어진 불상사에 대해 유감표명을 했습니다. 유성기업지회는 불미스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을 다 하고, 향후 불필요한 갈등과 충돌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서울 농성장을 정리했습니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22일 벌어진 충돌이 사건의 전부가 아님을 알기에,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만 책임과 재발방지의 무게를 지울 순 없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저질러진 기업의 폭력과 사법부, 언론의 동조행위에 대해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하지 못했던 것에 책임을 느끼며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함께하고자 합니다.
2. 지난 8년간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가혹한 탄압과 고통은 물론, 공권력도 언론도 이 참담한 상황을 묵인해왔던 점을 고려하지 않고 유성기업 노동자들만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책임을 지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지난 22일 발생한 유성기업 사건의 배경에 8년 전부터 지금까지 ‘노조파괴’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2011년 유성기업은 용역을 앞세워 노동자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둘렀으나 공권력은 이를 묵인했습니다. 2012년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에서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짠 ‘노조파괴 시나리오’대로 법을 악용하여 부당노동행위를 벌였다는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유성기업 내에서 CCTV, 관찰일지 등을 통한 감시와 괴롭힘이 일상적으로 반복되었고, 임금체불, 부당징계와 해고 등도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유성기업이 제대로 처벌된 적은 없습니다. 반면 노동자들은 수천 건에 달하는 고소고발, 40억원이 넘는 손배가압류를 통해 생존권마저 위협당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2016년 노동자 한광호 씨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했습니다.
3. 8년 동안 유지된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는 사실상 국가가 용인한 범죄입니다. 지난 8년 동안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모두 노조파괴를 방조하고 묵인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념사에서 “노조 결성을 가로막는 사용자 쪽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지로 단속·처벌할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습니다. 올해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도 유성기업에서 창조컨설팅을 통해 자행한 노조 무력화 시도를 청와대, 국정원, 노동부가 알고도 ‘방조’하거나 ‘묵인’한 정황을 확인하고 재조사실시를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부는 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국회와 정치권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습니다. 19대 국회에서도 용역폭력의 문제,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위법성 등을 지적했으나, ‘경비업법’ 개정에 그쳤을 뿐, 실질적으로 노조파괴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에 이르진 못했습니다.
경찰과 검찰도 일조했습니다. 용역폭력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노동부 기소의견에도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 사건들도 많았습니다. 검찰이 현대차가 노조파괴에 가담한 증거를 갖고도 기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2016년에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반면, 유성기업의 감시와 괴롭힘에 저항한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곧장 기소하고, 실형을 구형하는 등 엄격히 책임을 물었습니다.
사법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2012년 밝혀진 노조파괴시나리오 가담자에 대한 처벌은커녕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매번 재판을 지연시켰습니다. 현대차 임원 노조파괴 개입, 유시영 회장에 대한 추가기소 건은 최근에도 사측의 요구에 따라 재판을 연기시켰습니다. 사법부는 최근 노조파괴시나리오를 만들어 노동자들의 고통을 담보로 돈벌이에 나섰던 창조컨설팅 심종두를 구속집행정지로 풀어주었습니다.
입법·행정·사법부의 사측 편들기는 결국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회사가 더한 강도의 폭력을 행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4.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유성기업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노조파괴 행위와 이에 따른 노동자들의 고통에 대해 제대로 다룬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22일 폭력 건에 대해서만은 달랐습니다. 이들 언론은 ‘야만’, ‘조폭’, ‘잔혹’ 등의 수식어를 붙이며 맹비난에 나섰습니다. 조선일보는 해당 사건이 ‘왜’일어났는지, ‘언제’, ‘어떻게’ 벌어졌는지 등 사실관계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노동운동과 노조에 대한 적대감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는 이들 언론권력들에게는 애초부터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5. 우리는 8년의 노조파괴 범죄에 대해 국가가 함께 책임지기를 촉구합니다. 유성기업과 같은 노동권 침해 사례는 ILO와 유엔사회권위원회 등 국제기구로부터 지속적으로 인권침해 사례로 지적하고 시정을 권고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노동3권은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권리입니다.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기업의 범죄를 입법부-사법부-행정부가 방조하고, 언론들이 침묵하거나 왜곡보도 하면서 노동자들의 분노가 임계점에 이르게 되는 상황이 재발되어서는 안 됩니다. 손쉽게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폭도’로 지칭하고 처벌을 강조하면서 이들을 내몰았던 상황은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6.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노동조합 무력화 시도에 대해 전면 재조사에 나서야 합니다. 고용노동개혁위원회가 지적하고 권고한 바와 같이, 노조무력화 시도 과정에서 사법부와 검찰, 노동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방조하거나 가담한 사실이 있는지 낱낱이 밝혀져야 합니다. 그리고 엄중히 처벌해야 합니다. 이미 한참 늦었지만, 이제라도 청와대가, 국회가, 사법부가 ‘책임’을 다하길 촉구합니다. 우리 시민사회도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자행된 지난 8년간의 폭력과 노조파괴 공작에 대한 해결과 함께 유성기업 사태가 더 이상 왜곡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2018년 12월 3일
유성기업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일동
4.9통일평화재단,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주연대,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노동당, 노동자연대,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다산인권센터,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비정규노동자의집꿀잠,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빈민해방실천연대, 사월혁명회, 서울민중행동(추), 서울진보연대, 성적소수문화연대연분홍치마, 손잡고, 인권교육센터들, 인권교육온다, 인권운동공간활, 인권운동네트워크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적폐청산의열행동본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두환심판국민행동,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태일재단,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주권자전국회의,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통일광장,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진보연대,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전선, NCCK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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