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평석]
하이디스 정리해고 사건에 관한 두 개의 상반된 판결
- 손잡고 주 : 본 글은 손해배상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조합 가운데 하나인 '하이디스지회'의 정리해고 사건에 대한 판결평석입니다. 정리해고 사건에 대해 노동자가 소송으로 권리찾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민사소송인 '정리해고 무효소송'과 행정소송인 '노동위원회 정리해고구제신청 재심 판정 취소'가 있습니다. 하이디스지회는 지난6월 민사소송 1심 승소했으나, 두달 뒤인 8월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민사소송과 행정소송이 엇갈린 판결을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손잡고는 두 사건 판결문에 대한 판결평석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김도형 변호사에 요청해 다음의 의견을 받았습니다.
- 하이디스지회 해고노동자들은 현재 행정소송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으며, 항소를 위한 인지대 1,450만원을 모금하고 있습니다(농협 301-0183-6581-61 예금주 민주노총이천여주양평지부 / ~9.30까지).
김도형 변호사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
- 사건의 개요
평판 패널 디스플레이 중 TFT-LCD 기술을 이용한 제품의 생산・판매를 주로 하고 있는 하이디스테크놀로지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함)는 1989년 현대전자에서 LCD 사업본부로 운영되던 사업 부문이 2002. 11. 25. 별도 회사로 분리되어 설립된 후에, 2003년경 중국 법인(BOE Technology Group Co., Ltd.)으로 인수되었고, 이후 회생절차를 거쳐서 2008년경 대만 법인(Prime View International Co., Ltd./ 2010년 E INK Holdings로 사명 변경)으로 다시 인수된 회사이다.
이 사건 회사는 2015. 1. 6. 경영상 이유로 이천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이유로 위 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 중 잔존 시설 관리 등을 위해 필요한 근로자 32명을 제외하고 같은 해 3. 31.자로 제조 및 판매 분야 근로자들 78명을 전원 해고하고, 같은 해 4. 20.자로 시설 관리 분야 근로자 1명을 추가로 해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정리해고’라 함).
- 재판의 진행 경과
이 사건 정리해고를 당한 근로자들 중 58명은 2015. 5. 21. 해고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함과 아울러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다. 그런데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위 근로자들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위 초심 결정에 대한 근로자들의 재심 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 이에 위 근로자들은 2016. 1. 6. 서울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근로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1심 법원은 2017. 6. 16. 이 사건 정리해고는 위법하여 무효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15가합64592,71934 판결 ; 이하 ‘이 사건 민사 판결’이라 함). 그런데 뒤이어 2017. 8. 11. 선고된 행정소송 1심 판결에서는 이 사건 정리해고를 정당한 해고로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6구합50398 판결 ; 이하 ‘이 사건 행정 판결’이라 함). 동일한 정리해고 사건에 관한 해고의 정당성 여부 판단에 관하여 민사소송과 행정소송의 판결이 엇갈린 것이다.
- 이 사건 행정 판결의 문제점
가.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의 존재 여부의 판단에 대하여
정리해고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기업이 일정 수의 근로자를 정리해고하지 않으면 경영 악화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거나 적어도 기업 재정상 심히 곤란한 처지에 놓여 기업 경영이 위태로울 정도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법원 판례는 그러한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에 대하여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로 한정하지 않고, 기업에 종사하는 인원을 줄이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넓게 인정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 장래에 올 수도 있는 경영 위기 미리 대처하기 위한 인원 삭감의 경우까지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에 포함된다고 하여,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의 인정 기준을 매우 완화하고 있다.
이 사건 민사 판결에서는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에 관한 완화된 판단 기준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① 이 사건 회사는 광시야각 특허 수익 부분을 제외하면 여전히 누적 영업손실액 등은 증가하기는 하였으나, 매출총이익은 2010년부터 이 사건 정리해고 무렵까지 2012년 일시적 적자를 제외하고는 흑자를 기록하였고, 이 사건 정리해고 무렵 부채비율은 급격히 감소하였으며, 광시야각 특허 수익을 제외하고 2012년을 제외하고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손실 자체는 감소하고 있는 등 이 사건 정리해고 무렵 주요 경영지표들은 호전되고 있었고, ② 이천 공장 폐쇄 결정 전까지 이루어진 인원 감축 등의 조치로 생산 부문의 적자 폭은 감소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정리해고 당시 회사의 생산 부분 등 일부 사업 부문의 경영 악화 및 투자 기회 상실로 전체 사업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는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③ 이 사건 정리해고 당시 회사가 처한 경영 위기가 상당 기간 신규 설비 및 기술 개발에 투자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계속적・구조적인 것이라거나 단기간 내에 쉽게 개선될 수 있는 부분적・일시적 위기가 아니었다고 보이지 않고, ④ 이 사건 회사는 2008년 인수된 이후로 인금 인상 및 성과급 지급 등을 시행하고 신규채용을 시행한 점, 기존 계약에 따라 생산・납품할 물량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거액의 손해배상까지 감수하고 이천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 점, 이 사건 정리해고 과정에서 희망퇴직 위로금으로 약 360억 원을 지급한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과연 즉각적인 공장 폐쇄가 불가피하였는지 의심이 든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뒤이어 선고된 이 사건 행정 판결은 이 사건 정리해고 무렵인 2014년도 경영 실적이 광시야각 특허 기술료 수입으로 흑자를 기록하였다고 하여도, 이천 공장 생산 부분의 경영 악화는 구조적인 원인에 기인한 것으로서 쉽게 개선될 가능성이 없고, 이천 공장 생산 부문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회사 전체의 경영 상황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보이며, 이천 공장을 폐쇄하고 이로 인하여 발생한 잉여인력을 감축하기로 한 회사의 경영상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므로, 이 사건 정리해고 당시 이 사건 회사에게 정리해고를 시행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정리해고는 근로자로서는 해고를 당할 만한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사용자의 경영상 필요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서, 기업의 경영 부진 등에 편승하여 다수의 근로자가 동시에 대량 해고를 당함에 따라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이러한 정리해고의 특질에 비추어 볼 때 정리해고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할 필요가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정리해고를 하지 않으면 반드시 기업의 도산이 필연적으로 예견되는 상황에 이르러야 할 필요까지는 없더라도, 예컨대 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는 경우와 같이 객관적으로 경영 위기의 상황에 처해져서 인원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필요성이 부득이하게 인정되는 경우에만 비로소 정리해고가 가능하고, 일시적인 경영 위기만으로는 정리해고를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타당하다.
이 사건 정리해고를 실시할 무렵 이 사건 회사의 경영 상황을 살펴보면 매출총이익, 부채비율,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대부분의 경영지표들이 호전되고 있었으므로, 회사가 긴박한 경영 위기의 상황에 객관적으로 놓여 있었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그런데도 이 사건 회사는 거액의 손해배상을 감수하면서 이천 공장의 폐쇄를 결정하였는바, 이는 결국 이 사건 회사를 인수한 외국 법인이 경영 정상화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광시야각 특허 수익만 챙겨가기 위하여 이천 공장을 폐쇄하고 이 사건 정리해고를 단행하였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하지 아니한 이 사건 민사 판결은 올바른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민사 판결이 먼저 선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행정 판결은 이천 공장의 생산 부문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에는 회사 전체의 경영 상황이 악화될 우려가 있고, 이천 공장 폐쇄를 결정한 회사의 경영상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였다. 이 사건 회사가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은 채 막연히 경영 위기만을 내세우면서 아무런 책임이 없는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정리해고를 단행 것에 대하여, ‘회사의 경영 판단은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미명으로 면죄부를 내준 것이다. 장래에 혹시 올 지도 모르는 이 사건 회사의 경영 위기만을 ‘우려’라는 말 그대로 걱정했을 뿐 당장 생존의 위기로 내몰린 근로자들의 고통스런 삶의 현실은 외면하면서, 정리해고 규제의 고삐를 풀어버린 잘못된 판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해고 회피 노력에 관한 판단에 대하여
어떤 사정에 의해 기업 경영이 위기 상황에 처해져서 부득이 인원 삭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근로자의 해고는 최후의 수단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사용자는 가능한 한 해고만은 피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정리해고가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 필요한 두 번째 요건이다.
이와 같이 정리해고를 하기에 앞서서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해고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 금지, 일시 휴직과 희망퇴직의 활용 및 전근, 근로시간 단축 등의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인원 삭감 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당연한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실현 가능한 경영상 모든 조치를 강구하는 등의 해고 회피 노력을 기울였으나 그러한 노력만으로는 경영상 위기를 극복할 수 없었거나, 해고 이외의 다른 경영상 조치를 취하는 것이 기대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어 부득이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그 정리해고는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민사 판결은 ① 이 사건 회사가 2015. 1.경 이천 공장의 폐쇄를 결정하고 같은 해 3.경 이 사건 정리해고를 단행하기까지 해고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서 실제로 시행한 것은 총 3차례에 걸친 희망퇴직 및 일시휴무 등이 전부로 보이고, ② 이 사건 회사는 근로자들이 요구한 인건비 감축 조치 이외에 무급휴직과 같이 전형적인 해고 회피 조치로 인정되는 다양한 방법 등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이천 공장 폐쇄 결정 후 바로 희망퇴직을 실시하였고, 공장 폐쇄로 잔여 인력이 필요 없다는 주장 이외에 고용 유지를 전제로 한 비용 절감 방안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하여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③ 단기간 내에 광시야각 특허 기술 수익이 급격히 감소하거나 중단될 개연성이 크다고 예상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정리해고 전에 이미 266명이나 되는 근로자가 희망퇴직을 하였음에도 추가로 79명의 근로자를 한꺼번에 정리해고를 해야 할 급박한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회사는 이 사건 정리해고 당시 해고 회피를 위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달리 이 사건 행정 판결은 ① 이 사건 회사는 이천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기 전에도 희망퇴직, 생산 라인의 휴업, 일시 휴무, 조직 개편의 시행, 성과관리시스템의 도입과 회사 매각 및 M&A의 추진 등 다양한 자구 노력을 기울였고, 그러한 자구 노력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점, ② 이 사건 회사가 이천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무렵에는 이천 공장을 폐쇄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되므로 이로 인한 잉여 인력의 감축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노동조합이 제시한 급여 삭감, 희망퇴직금 투자, 희망퇴직금으로 회사 매각 추진, 임금 분할 지급, 고용보험법상 고용유지지원금 제도 활용, 유휴인력 대상자 선정 등의 방안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되는 이천 공장의 폐쇄 결정을 철회하고 이천 공장 근로자들의 고용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거나 이미 실패한 회사 매각 등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서 현실적인 해고 회피의 노력이 되기 어려운 것인 점, ④ 이천 공장을 폐쇄해야 하는 회사로서는 그 폐쇄 결정 이후에 실시한 3차례의 희망퇴직 외에 달리 현실적인 해고 회피 방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회사는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긴박한 경영상 사정의 극복을 근로자들을 해고하는 것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실현할 수 있고 또 그것이 가능한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그러한 해고 회피 조치를 이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시키는 궁극적인 취지는 최후의 순간까지 근로자의 직업보유권 내지 노동향유권을 보장하려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정리해고의 근본적인 목적은 인원 삭감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비용 절감을 통한 경영 개선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정리해고는 최후 수단이라는 특질을 가지는 것이므로, 사용자가 실제로 행한 해고 회피 노력 이외의 다른 방법을 통해 비용 절감이 가능하였지 여부를 다각적으로 검토하여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였는지 여부의 판단을 신중하게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이 사건 행정 판결은 이 사건 회사의 이천 공장 폐쇄 결정 자체를 정당한 것으로 못 박은 다음에 이천 공장의 폐쇄로 생긴 잉여인력은 희망퇴직이 아니면 정리해고의 방법으로 필연적으로 감축할 수밖에 없다고 단정해 버림으로써, 최후의 수단인 해고를 피하기 위하여 사용자로서 취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여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는 부득이한 상황에 처해졌는지 여부의 결론을 내리는 과정을 밟는 것은 애당초 포기해 버렸다. 이 사건 행정 판결과 같이 기업이 경영 위기를 타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잉여 인력은 감축될 수밖에 없고 그 밖의 다른 방법은 없다고 보아 버리면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정리해고의 요건은 완전히 무의미해져 버린다.
결국 이 사건 회사가 이천 공장의 폐쇄를 결정한 이후에 총 3차례에 걸친 희망퇴직 및 일시휴무 등을 실시한 것만으로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이 사건 민사 판결이 정리해고 규제의 법리에 맞는 올바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절차 이행 여부의 판단에 대하여
이 사건 회사는 이사회에서 이천 공장의 폐쇄를 결정한 다음 날인 2015. 1. 7. 노동조합(전국금속노동조합 경기지부 하이디스 지회, 이하 ‘이 사건 노조’라 함)과 직원들에게 경영상 이유로 한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통보하였다. 그 후 이 사건 노조와 정리해고 관련 사항을 협의하기 위해 2015 2. 27.까지 총 16차례에 걸쳐 고용안정위원회 개최를 통보하였는데, 이 사건 노조는 고용안정위원회에 계속 불참하다가 2015. 2. 4. 개최된 6회 고용안정위원회부터 참석하여, 3차례 이상 이 사건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등에 관하여 협의하였으며, 이 사건 회사는 2015. 2. 24. 이 사건 노조에게 이 사건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을 통보하였다.
한편 이 사건 회사와 이 사건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에서는 회사가 정리해고를 실시하려면 사전에 노동조합과 합의를 거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회사와 이 사건 노조 사이에서 이 사건 정리해고에 관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위와 같이 진행된 이 사건 회사와 이 사건 노조 간의 정리해고 관련 협의 절차 진행에 대하여, 이 사건 민사 판결에서는 이 사건 회사는 이 사건 노조와의 사이에서 사전합의를 거치지 않은 데다 해고 회피 방안과 해고대상자 선정 기준에 관하여 성실하게 협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이 사건 행정 판결에서는 이 사건 노조는 이 사건 정리해고에 관한 사전합의권을 남용하거나 스스로 사전합의권의 행사를 포기하였고, 이 사건 회사는 이 사건 노조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 및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성실한 협의를 거쳤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이 사건 민사 판결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노동사건과 관련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은 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근로자의 권리를 더욱 실질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원용되는 것이 올바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리 남용의 법리를 근로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근거로 원용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현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단체협약에서 정한 노동조합과의 합의(동의) 절차에 관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기한 권리 남용의 법리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행정 판결은 이 사건 회사가 고용안정위원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노조와의 사이에서 정리해고에 관한 사전 협의 절차를 형식적으로 진행한 사실에만 주목하고 사전 합의가 결렬된 실질적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은 도외시한 채, 단체협약에서 정한 사전 합의 절차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이 사건 노조의 합의권 남용 또는 포기 때문이라고 너무 쉽게 인정해 버렸다.
이 사건 민사 판결은 ① 이 사건 노조가 이 사건 회사의 정리해고 계획 발표 이후 정리해고에 관한 자료 제공을 요청하였음에도 이 사건 회사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노조는 고용안정위원회에 참석하여 해고 회피 방안을 제시한 데 반하여 이 사건 회사는 공장의 일부라도 재가동하는 방안에 대하여는 수용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협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게 된 점, ③ 이 사건 회사가 마련한 해고대상자 선정 기준과 그에 따른 해고자 선정에 이 사건 노조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못하여, 근로자대표와의 상세한 토의나 협의를 거쳐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인력 감축 기준이 마련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찾아냄으로써, 이 사건 노조가 사전합의권을 남용하거나 포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달리 이 사건 행정 판결은 사전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실질적 원인에 대하여는 눈을 감아 버렸는바, 권리 남용의 법리를 오히려 남용한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맺는 말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행정 판결은 정리해고가 정당성을 갖추기 위하여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의 존재 여부에 관하여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뿐만 아니라 해고 회피의 노력 및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절차 준수와 관련해서도 정리해고 규제의 법리와 맞지 않는 그릇된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에서는 정리해고의 법리를 오해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민사 판결과 같이 이 사건 정리해고를 위법・무효라고 인정하는 판결이 선고되기를 기대한다.
2017년 9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