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가압류,청산할 적폐 중의 적폐
노동계와 시민사회, 정치권은 17일 노동자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손배가압류를 철폐하기 위해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을 국회가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와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적폐청산특별위원회(적폐특위)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천 억원 손배소는 목소리를 내려는 노동자의 입을 막는 재갈이 되었다”며 “노동자 죽이는 손배가압류는 2017년 청산해야 할 적폐 중의 적폐”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을 비롯해 박래군 적폐특위 위원장, 손잡고 배춘환 대표와 안진걸 운영위원,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양대노총 대표자, 송영석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누구도 노동3권에 보장된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생존을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며 “‘노란봉투법’은 적폐를 청산하고, 노동자의 삶과 권리를 지키려는 시민의 요구이며, 국회가 시민의 법개정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 안아 실현할 때”라고 촉구했다.
‘노란봉투법’은 쟁의행위를 한 노동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 금지하는 법안이다. 주요 내용은 ▲손배가압류 제한을 통한 노동기본권 보호 ▲노동자 개인과 가족, 신원보증인에 대한 손배가압류 청구 금지 ▲합법적 노조 활동범위 확대 ▲법원 결정 손배 기준 제시 및 노조 규모에 따른 손해배상 상한액 규정 등을 담고 있다.
앞서 19대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발의돼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됐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폐기된 바 있다. 그 결과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에 대한 손배 청구금액은 1,600억원에 이르고 가압류 금액은 175억 원에 달한다.
노조법에 따른 손배가압류는 손배 대상이 된 노동자는 회사로부터 ‘노조 탈퇴’를 강요받거나, 회사에 불리한 소송(임금체불,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등)을 포기하도록 강요받는 형태로 악용되면서 노동3권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은 “사용자는 물리적 손실 외에도 모욕, 명예훼손, 정신적 피해보상, 업무방해 등 손해를 특정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마구잡이로 수십억 손배소를 청구하고 있다. 임금은 물론 전셋집 보증금까지 가압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이상목 하이디스지부 지부장은 “대만 먹튀 자본에 의해 정리해고를 당했고 이를 정부가 해결해주지 않아 대만 원정투쟁도 다녔다”며 “그 과정에서 경영진 사진을 걸어놓고 신발 던지기 했다고 해서 조합원 5명에게 총 1억의 손배가 청구됐고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까지 다 합해 모두 30억원의 손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조합원들은 전세금 가압류, 집 가압류, 통장 가압류까지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래군 위원장은 “손배가압류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조할 권리를 부정하는 제도”라며 “이 가혹한 제도 때문에 배달호 열사와 최강서 열사가 돌아가셨다. 노동자 죽음으로 내몰고 노조를 부정하는 손배가압류 제도는 이번엔 반드시 바꿔야 한다”며 2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단체의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청구에도 동의하지 않지만 개인에게까지 민사책임을 들이민다는 것은 통째로 노동3권과 노동관계법 부정하는 것”이라며 “탄핵 정국이지만 시급한 노동 인권의 문제를 어떠한 법보다 우선적으로 처리되길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회견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에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강병원 의원은 “노조가 노동자들의 권익을 향상하고 요구 쟁취하기 위한 정당한 단체 행동에 대해 사용자 측이 무조건 손배와 가압류를 행사하는 것은 야만적 행태”라며 “20대 국회에선 노동자들의 발목을 잡고 심지어 죽음으로 내모는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도 20대엔 적폐청산의 상징적인 손배가압류를 없앨 수 있는 이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
이정미 의원 또한 “과거 프랑스는 형법에 업무방해죄가 노동운동 탄압하기 위한 도구라고 규정하고 결국 이 법을 폐지했다. 우리나라도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인격을 살인하는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새누리당과 바른정당도 두 당 사이의 문제 때문에 노동자들의 절박한 입법 요구를 외면해선 안 된다. 환노위를 개최해 이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