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집회시위 형사 1심 선고에 대한 손잡고 논평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집회도 하지말라는 사법부의 판결을 규탄한다.

아사히글라스는 노동자에 대한 민형사소송을 즉각 취하하라.

 

오늘(7일), 2019년 6월 아사히 비정규직 지회 노동자들의 공장 앞 집회시위를 두고 아사히글라스가 노동자들을 고소하여 진행된 형사사건 1심 선고가 있었다. 김천지원 형사2단독 재판부(판사 서청운)는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차헌호지회장에 대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집회에 참여한 간부 개인 및 조합원, 연대참가자 등 4명에 대해 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 등을 들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회시위를 한 목적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집회 당시 집회참가자들이 래커스프레이로 낙서행위를 했다는 점을 집회방식과 수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직원들이 불편과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지회가 반성을 하지 않는다는 사측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다. 

사실상 법원이 ‘불법파견’을 저지른 회사의 편에서 ‘불법파견’을 시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린 셈이다. 

 

아사히글라스는 같은 내용으로 민사소송도 제기한 바 있다. ‘전범기업 아사히’, ‘인간답게 살고싶다’, ‘비정규직 철폐하라’는 등의 문구에 대해 모욕이라며, 래커스프레이를 지우기 위해 도로를 새로 깔고 그 비용인 5천2백만원을 지회 및 개인 노동자 4명에게 청구했다. 

 

이러한 민사소송은 소제기 자체로 아사히글라스가 제 얼굴에 침뱉기를 한 것과 다름없다. ‘전범기업 아사히’는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과 노동자 탄압은 국정감사를 통해 거듭 주목받은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사히글라스는 언론사나 국회를 대상으로는 민형사소송은 커녕 공개항의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유독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만 고소고발과 5천2백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날을 세우고 있다. 

 

검찰과 법원은 민형사소송을 비정규직노동자의 권리를 빼앗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기업의 행태를 적극적으로 경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동조하고 나섰다. 검찰의 구형을 비교해보아도 기업의 불법행위와 노동자의 집회시위를 바라보는 검찰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검찰은 ‘불법파견’을 저지른 아사히글라스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을 구형한 반면, ‘불법파견’에 항의한 집회를 개최했다는 이유로 차헌호 지회장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아사히글라스는 지회가 투쟁기간 7년동안 매년 집회를 했음에도 2019년 6월 19일의 집회에 대해서만 민형사소송을 남발했다. 2019년 이전과 이후 지금까지 아사히비정규직지회의 집회시위에 대해 민형사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2019년은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에 대한 형사소송, 직접고용 행정지침을 무시하고 진행한 행정소송,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민사소송의 각 판결을 앞둔 시점이었다. 불법이 드러날 위기에 처한 아사히글라스가 불법에 대해 시정하는 대신 노동자를 탄압하는 방식으로 사안의 쟁점을 흐리고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고소고발을 남발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법원은 소송의 배경에 대해서도 엄중히 따져 노동자들의 집회시위에 대해 신중히 판단했어야 했음에도, ‘수단’이라는 틀에 노동자들을 가두고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인간답게 살고싶다’, ‘비정규직 철폐’, ‘불법파견 아사히’ 이 구호들이 정당하다면, 수단이 정당하기 위한 방법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사측의 몫이다. 아사히글라스 측이 하루아침에 문자해고통보를 해 노동자의 일상을 뒤흔든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된다. 아사히글라스가 불법파견 시정하고,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면 된다. 아사히글라스가 국내에 들어올 때 약속했던 ‘양질의 일자리’를 지금이라도 보장하면 된다. 정작 아사히글라스는 자신들이 해야 할 조치들을 하지 않은 채 불법을 저지르면서 노동자들로부터 ‘존중’받기만을 바라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보길 바란다. 

 

법원에도 요구한다. 헌법상 권리인 노동기본권을 우선하는 판결을 하는 것이 헌법을 수호하는 법원의 역할이다. 불법을 저지른 아사히글라스와 임직원들의 명예, 재산은 불법을 저지른 자들이 감수해야 할 몫이지, 불법파견의 피해를 입고 노동권을 훼손당한 노동자들이 감수할 이유가 없다. 법원은 기본권 보장의 최후보루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