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3개월차 24살 발전소 하청노동자, 협착사고로 사망
발전소 산재 사고 97%, 비정규직에게 발생… “위험의 외주화, 당장 중단하라”
박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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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던 만 24살 하청업체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사망 시간도 알 수 없이 6시간 이상 방치돼 있었다는 소식이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출처: 발전비정규연대회의]
산업안전부에 따르면 11일 오전 3시 32분경 태안발전본부 내 한전발전기술(주) 현장운전원이 #9, 10호기 석탄운송설비 타워TT-04C 현장에서 CV-09E(컨베이어 벨트)에 협착돼 사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망한 운전원은 고 김용균 씨(24)로 하청업체인 한전발전기술 소속으로 현장 설비 운용팀에서 일했다. 10일 오후 6시쯤 출근해 컨베이어 점검 업무를 하던 고인은, 오후 10시 이후 연락이 끊겨 동료들이 찾던 중이었다. 다음날 새벽 관리자에 의해 발견됐지만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사고 신고 접수 후, 경찰은 오전 4시 45분 현장에 도착했고, 5시 37분엔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이 컨베이어 벨트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보령지청은 현재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경찰과 함께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박준선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오늘 산재로 돌아가신 노동자는 입사 3개월 만에 목숨을 잃었다”라며 “현장의 우리 조합원 증언에는 위험한 공간이라서 설비개선을 여러차례 요구했었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화, 1인 근무가 그를 죽였다”라며 “공공기관 원청인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그가 일한 곳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이지만 그가 소속된 업체는 한국발전기술(주)이라는 외주하청업체였고, 1년 계약직 비정규노동자였다”라며 “발전소의 외주화 구조조정으로 외주하청업체로 떠넘겨 졌고, 만성적 인력부족으로 1인근무로 되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업체의 재계약이 더 중요한 우선순위가 되었다.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노동조합의 지속적인 인력충원과 2인 1조 근무 요구를 받아들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죽음이다”라고강조했다.
‘위험의 외주화’ 당장 중단하라
발전소 하청노동자들도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출처: 민주노총]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비정규직 대표 100인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 발전소 하청 노동자는 “오늘도 동료가 죽었다. 석탄을 이송하는 설비에 끼어 머리와 몸이 분리됐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스물 다섯 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다. 죽은 시간도 알 수 없다. 6시간 이상 방치돼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정규직 안해도 좋으니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했는데 오늘 또 동료를 잃었다”라며 “하청노동자지만, 우리도 국민이다. 죽지 않게 해달라. 그 길은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김용균 씨는 이날 열릴 기자회견을 지지하며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 책임자 혼내고, 정규직 전환은 직접 고용으로’, ‘나 김용균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인증샷을 찍기도 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발전5사의 산재 사고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346건 발생했다. 그 중 하청 노동자의 산재사고는 337건으로 전체 사고의 97.39%에 달한다. 사망사고의 경우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전체 40건 중 37건이 하청노동자들에게 집중됐다.
발전사가 산재 사고의 책임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전가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4월 19일 발전 비정규직 연대회의는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농성에 돌입한 바 있다. 이들에 따르면 이번에 사망사고가 일어난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서부발전의 경우, WP-10(필수안전수칙) 준수 서약서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받는다.
발전 비정규직 연대회의는 “산재예방을 위해 필수안전수칙을 준수하라는 명목이지만 위반자 벌칙과 함께 작업조에 대한 퇴출을 명기하여 결국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이를 숨기게 된다. 누가 일하다가 다치고 싶겠는가!”라며 “계획정비기간에는 한 달에 100시간이 넘는 잔업을 하는 구조가 문제다. 저임금 때문에 뼈 빠지게 잔업으로 생활비를 채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책임은 없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