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논평] 현대자동차 파견법위반 1심 선고에 부쳐
진정 20년 만에 받은 1심 판결이 고작 ‘벌금’이다
노동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법제도를
‘노란봉투법’으로 보완하라!
현대자동차의 ‘파견법 위반’을 두고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2023년 5월 4일, 울산지방법원(판사 최희동)은 전임 사장과 회사를 상대로 각 3천만원, 회사 고문에게 각 2천만원을 선고했다(2015고단3084, 2020고단4162(병합)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파견법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 고용노동부에 진정한 지 20년 만에 나온 법원의 판결이다. 이마저도 기업의 ‘파견법 위반’을 바로잡기 위해 끈질기게 노동권을 사수하며 법정투쟁을 이어온 노동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8년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어도 고용노동부에서는 불분명한 사유로 길게는 5년을 끌었다. 조사보고서는 이를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라고 적시했다. 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에서 기소의견으로 넘기더라도 검찰에서 ‘불기소처분’한 사례도 적지 않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한 2010년 이후, 불법파견의 피해대상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기소유예’ 또는 ‘불기소처분’을 남발했다. 명백한 ‘기업의 불법행위’에도 단 한 명도 유죄로 처벌받지 않은 셈이다.
지난 20년의 교훈은 분명하다.
‘고용노동부’는 현대자동차의 불법행위를 제대로 시정하지 못했다.
‘사법부’는 ‘재범우려’가 농후한 현대자동차의 불법행위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법원 1심 선고는 적어도 ‘유죄’이기는 하다. 3천만원은 그간 있어온 그 어떤 불법파견 유죄판결 가운데 상대적으로 큰 금액이다. 그러나 ‘처벌’은 적어도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하고,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효과가 있어야 한다.
검찰과 사법부에 묻는다. 20년이 넘도록 동일범죄를 반복해온 현대자동차에게 3천만원의 벌금이 합당한 ‘벌’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현대자동차 뉴스룸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현대자동차 실적은 매출액 38조 5,236억원, 영업이익 3조 3,592억원, 당기순이익 1조 7,099억원에 달한다. 회사 외 처벌대상도 전임 사장으로 제한되어 있고, 실질적인 책임자인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은 책임에서 제외됐다. ‘솜방망이’라는 표현조차 아까울 지경인데 재범우려를 방지할 수 있겠는가.
반면 노동자들에게 고용노동부와 사법부는 어떠했는가. 현대자동차의 ‘파견법위반’에 맞섰다는 것을 알고도,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도, 단지 불법파견의 피해자들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노동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노동자들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절한 회사는 불법을 저지르고도 면죄부를 얻었고,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은 개개인에게 총 28건, 366억여원의 손해배상소송으로 되돌아왔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게 매겨진 ‘3천만원’ 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내려진 ‘366억원’, 이게 우리 노동현실의 현주소이자, 기울어진 법 저울의 표상이다.
그리고 우리가 ‘노란봉투법’ 제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고용노동부는 기업의 불법을 방치한 것에 대해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기업의 불법행위를 근절할 대책으로 노란봉투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법부는 ‘재범’을 방지할 수 있는 제대로된 처벌을 통해 20년 ‘불법파견’의 범죄에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이다.
2023년 5월 6일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