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성명]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가스공사 비정규직 동지들의 파업 투쟁을 응원하며,
해고없는 직접고용 전환을 위한 한국가스공사의 모든 노력을 촉구한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시행되면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고용형태의 상시적 사용은 이제 없을 거라는 기대를 가졌다. 그 기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던 용역고용을 끝내고 직접고용 정규직화로 나아가기 위해 용기를 냈다. 노동조합으로 뭉쳐 목소리를 내면서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표방하는 것과 달랐고, 자회사 형태의 간접고용도 정규직 전환으로 바라보는 큰 한계를 가졌다. 이로 인해 자회사 전환이 공공기관들에게는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정규직화의 한 방편으로 활용되었고, 그 속에서 노동자들은 또 다시 간접고용의 굴레에 갇히고 있다.
지금 한국가스공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회사가 아닌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나서 싸우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요구를 절절하게 외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공사측은 2년 여를 끌어오던 협의에서 마지막까지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했고, 오로지 자회사만이 방편이라 주장한다. 직접고용을 한다면 공개경쟁채용을 해서 기존 노동자들을 잘라낼 수도 있고, 고령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정년을 단축해 바로 해고할 것이라며 노동자들에게 자회사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
지금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시설관리, 전산, 경비 등의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다. 누군가는 이들의 노동이 오랫동안 용역으로 운영되어 오면서 기존 정규직과는 다른 직종이기 때문에 똑같아 지려는 건 과도한 요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노동자들의 노동 없이 기관이 운영될 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시설을 유지하고 관리하고 보안을 지키기 위해 상시적으로 꼭 필요한 노동을 하는 이들이다. 한국가스공사라는 기관의 시설을 유지하는 것은 기관의 다른 업무와 마찬가지로 기관이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 업무다. 이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에 대한 책임 역시 한국가스공사에 있다는 것이다. 다른 노동, 다른 노동자들이 아닌, 한국가스공사의 책임에 속해 있는 같은 노동, 같은 노동자이기에 다르게 구별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고용개선을 위해 자회사로 전환하겠다고 하지만, 자회사 방식은 고용의 개선 방안이 될 수 없다. 이미 자회사로 전환될 수밖에 없었던 여러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회사가 용역업체의 다른 이름일 뿐이며, 원청 공공기관의 고용 책임없는 자회사 고용 방식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자회사에 이윤을 챙겨 주어야 하는 구조, 언제든지 다른 민간업체와의 경쟁입찰로 인해 고용이 흔들릴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 원청이 임금과 노동조건을 사실상 결정하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단 하나의 책임도 지지 않아도 되는 하청 구조. 그것을 결코 정규직이라 부를 수는 없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회사를 거부할 수박에 없는 당연한 이유다.
오랫동안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필요할 때는 마음대로 잘라낼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해 왔으면서, 이제와서 공공기관 정규직이 될 자격을 운운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애초에 공공기관이 책임있게 운영해 왔어야 할 직무이고, 그런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이다. 용역업체보다는 나아지는 부분이 있으니 자회사 전환도 우선 괜찮다는 인식도 거부한다. 이러한 인식이 노동자의 구별을 만들어 내고, 분리를 만들어 내고 결국엔 고용과 노동조건의 차별, 비정규직 고용의 합리화를 만들어 낸다. 권리를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하나하나 핑계대며 밀어내는 순간, 우리는 어떤 노동자의 권리도 지켜낼 수 없음을 안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지지한다. 한국가스공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에 이제라도 화답하기를 바란다.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협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보다 더 나아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함께 대화하고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공공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이다. 우리 인권활동가들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싸움이 내팽개쳐지지 않도록 함께 할 것이다. 구별과 차별이 아닌 평등과 권리를 위한 투쟁에 함께 할 것이다. 그를 통해 공공부문이 노동자의 권리와 시민의 안전과 공적 책임을 다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없는 직접고용 전환을 한국가스공사에 촉구한다.
2020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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