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쌍용차노조에 “2009년 파업 손실 회사에 배상하라”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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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회사 손배 규모…지연이자 포함 100억원 넘어
쌍용차지부, “법이 우리에게 죽으라고 하는 것 같다”
김정욱 민주노총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이 지난 1월30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 기자회견에서 10년 만에 공장으로 돌아간 쌍용자동차 복직 노동자들이 첫 급여의 일부를 가압류당했다며 경찰을 규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법원이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파업에 나섰던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을 상대로 회사가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노조 쪽의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5부(재판장 이동근)은 15일 쌍용자동차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을 상대로 파업 피해를 배상하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 선고에서 원고·피고 쪽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2013년 1심 재판부는 2009년 파업으로 회사가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을 인정해 금속노조가 회사에 33억114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배상금은 6년 동안 지연이자가 붙어 현재 80억원이 넘는 액수로 불어났다.
이날 판결 직후 쌍용차지부는 성명을 내고 “법이 우리에게 죽으라고 하는 것 같다. 오늘 회사 손배 2심 선고를 앞두고 가진 일말의 기대마저 져버렸다”고 밝혔다. 쌍용차지부는 또 “경찰청 인권침해 조사 결과 2009년 정리해고 사태에서 강제진압이 인정되었고 (당시 파업 진압이) 국가 폭력임을 민갑룡 경찰청장도 고개 숙이며 인정했다. 이 인정을 받기까지 우리는 서른명의 희생자의 장례식을 치렀다”며 “경찰과 이명박 청와대, 회사가 공모한 노조파괴 문건도, 경찰이 스스로 밝힌 국가폭력 진상조사도 우리를 향한 손해배상 소송을 멈추지 못했다. 법원은 단 한번도 우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의 목숨줄은 양승태 대법원의 재물이 되어 거래되었다. 이 모든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법원은 여전히 우리 책임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대법원이 청와대와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등을 상고법원 설치와 맞바꾸는 재판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또 지난해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조사위원회는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과정에서 국가폭력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경찰이 낸 손해배상 소송을 철회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노동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응하고 있는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고통을 주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낀다”며 “(쌍용차 노동자들은) 10년 만에 복직했다. 곧 11년 만에 복직할 마지막 해고노동자가 공장 문턱을 넘으려 한다. 회사와 경찰이 진정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면 더 이상 소송으로 백억원에 육박하는 돈으로 노동자들의 발목을 잡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쌍용차지부는 경찰에서도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현재 지연이자를 포함해 21억원 가량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다. 이대로 두 판결이 확정되면 쌍용차지부가 회사와 경찰에게 물어야 할 손해배상 금액은 100억원이 훌쩍 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