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계열 아사히글라스
직접고용 명령 2년 넘게 외면
되레 김앤장 앞세워 노조 탄압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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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8202224005&code=940702
일본 기업인 아사히글라스의 한국 자회사인 AGC화인테크노는 지난 1일 해고 노동자 4명을 상대로 수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 앞 정문 바닥에 래커로 글씨를 썼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달 회사 앞에서 열린 노조 집회 도중 바닥에 ‘복직’ ‘우리는 이긴다’ ‘노동조합 인정하라’는 글씨를 썼다. 회사는 글씨를 지우는 대신 진입로 전체에 아스팔트를 새로 깔았다. 그리고 아스팔트 재포장 비용 4500여만원, 보도 표면부 래커 제거 비용 300여만원 등이 발생했다면서 5200만원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이 회사의 법률대리인은 김앤장이 맡았다.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손배 액수를 늘리기 위해 회사가 한 고의적 행태”라며 “당장 생계가 어려운 해고자들은 도저히 이를 감당할 수 없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최소한 권리마저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고자들은 원래 이 회사의 사내하청업체였던 GTS 소속 비정규직이었다. 2015년 5월 GTS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자 아사히글라스는 한 달 만에 GTS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노동자 178명이 문자메시지 한 통으로 해고를 당했다.
2017년 고용노동부는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을 인정해 노동자 전원을 직접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태료 17억8000만원을 부과했지만 사측은 지금까지도 불복하고 있다. 지난 2월 검찰이 아사히글라스와 GTS를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노조는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요청했으나 회사는 “지회와 어떠한 고용관계에도 있지 않다”며 거부하고 있다.
아사히글라스는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정부와 경북도, 구미시는 2004년 공장 설립 때부터 50년간 토지 무상임대, 5년간 국세 전액 감면, 15년간 지방세 감면 등 혜택을 줬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등은 2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으면서도 한국 노동자들을 상대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며 “다음달 2일 일본 노동자들과 함께 일본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연대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