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글라스, 노동자 상대로 한 과도한 손해배상 논란
조성은 기자 p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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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글라스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회사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노동 탄압을 가하고 있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등은 20일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지난 7월, 아사히글라스 측에 노동부의 시정명령 이행을 요구하며 구미의 공장 앞 도로에 '아사히는 전범기업' '노동조합 인정하라' 등의 문구를 래커로 칠했다. 아사히글라스는 도로를 복구한다는 명목으로 아스팔트 포장을 새로 했다.
아사히글라스는 해당 도로 복구 비용으로 아사히비정규직지회와 조합원 개인 4명에게 52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비정규직지회 측은 회사가 래커 칠을 약품으로 지울 수 있었음에도 손해배상 청구 비용을 올리기 위해 아스팔트 포장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는 심각한 노동운동 탄압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3년 두산중공업의 손배가압류 제기에 반발해 고 배달호 씨가 분신한 사건이 있었고 2009년 쌍용차 구조조정 뒤에도 해고자와 그 가족들이 손배에 따른 압박을 못 이기고 자살한 바 있다.
김혜진 비정규직 이제 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활동가는 "올해 들어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손해배상청구를 당하고 있다"며 "대한항공 기내청소 비정규노동자들은 밥을 제 때 먹었다는 이유로 1억 원 넘는 손배 청구를, 금호타이어 비정규 노동자들은 해고에 맞서서 자신의 일터를 점거했다는 이유로 5억 원 넘는 손배 청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아사히글라스 비정규 노동자들이 갑자기 해고된 것도 노동조합을 조직했기 때문"이라며 "불법 해고, 불법파견도 모자라 이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손해배상으로 협박한다"고 밝혔다.
장석우 금속법률원 변호사는 "아사히글라스는 하루아침에 문자 한 통으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자신의 짐을 찾으러 공장을 방문하자 이를 업무방해로 고소하기도 했다"며 "소송을 통해 전보 받으려는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든 이들을 괴롭히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아사히글라스에 대한 특혜 논란도 제기했다.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2004년 아사히글라스가 국내에 공장을 열 때 12만평의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받고 국세는 5년 동안, 지방세는 15년 동안 감면받는 등 특혜를 입었다"며 "불법파견으로 비정규노동자를 사용하고 9년간 이들에게 최저임금만 주며 아사히글라스는 연매출 평균 1조를 올리는 등 떼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사히글라스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5년, 회사의 불법파견과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항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조직했다. 그러자 아사히글라스 측은 노동조합을 만든 하청업체만을 통째로 계약 해지하며 한 달 만에 178명이 해고됐다. 2017년 9월 노동부는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에 관해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태료 17억 8천만 원을 부과한 바 있다.
아사히글라스는 강제징용으로 유명한 미쓰비시의 자회사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