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손배소, 변호인은 노동자들 겪었을 고통을 더 자신감 있게 변론해야”
- 제5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최우수 고려대 로스쿨팀 국회의장상 선정
17일, 제5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결선 “역대 가장 치열”
국회의장상에 고려대 로스쿨팀, 법무부장관상에 충남대 로스쿨팀 선정
재판부, “원고를 대리할 때도 최소한의 도의를 지켜야, 판례가 전부 아냐”
“원고는 기업 경영의 동반자인 근로자들에게 분할 계획서를 분할 직후까지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원고측의 기만에도 피고들은 정당한 방법으로 쟁의행위를 진행했습니다. 그럼에도 원고 측은 적자 재고율로 인해 발생하지도 않은 손해액을 부풀리고, 구체적인 증명도 없이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부당하게 확정하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사측의 법인분할에 대항한 파업, 노동권 인정받을 수 있을까? 국내 유일 ‘노동법’을 주제로 한 모의법정인 ‘제5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에서 예비법조인들의 치열한 경연이 펼쳐졌다. 8월 17일(토) 서울대학교에서 시민모임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대표:배춘환)와 서울대학교공익인권법센터(센터장:양현아)가 공동 주관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명환),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주영)의 공동 주최로 결선이 열렸다. 지난 5월 공고해 6월 예선을 거쳐 8팀의 로스쿨 재학생들이 결선에 진출했다.
본 대회 재판부는 권영국 변호사(심사위원장, 전 민주노총법률원장), 최은배 변호사(전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 고윤덕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박은정 교수(인제대 법학과), 송상교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 조현주 변호사(민주노총법률원)이 맡았다.
주최 측은 “5회가 진행되는 동안 역대 재판부들이 가장 많이 고심한 끝에 순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시상식이 50분가량 지연될 정도로 심사위원들이 최종 순위 결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재판장을 맡은 권영국 변호사는 심사평에서 “문제가 어려워 학생들이 고생이 많았을 것”이라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대회 특성상 원 피고를 모두 변론을 하다보니 중심을 잡지 못하고, 원고를 잘한 팀은 피고에서 점수를 많이 못 받거나 그 반대 경우들이 있었다”며, “노동사건에서 사측을 대리하더라도 최소한의 도리를 지켜야 하고, 피고를 대리할 때는 노동자들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며 더 자신감있게 변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판례만 따라가는 것은 좋은 변론이 아니”라며 “표현의 자유, 인간에 대한 차별이 아닌지 등에 대한 고민, 고통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의 정당성(인과관계, 손해액 산정, 과실상계, 부진정연대책임 등), △회사분할 반대에 대한 쟁의행위의 정당성, △조명탑 점거농성을 지원한 행위에 대한 법적평가, △기자회견 등 노동조합활동에 있어서의 표현의 자유의 인정 등의 쟁점을 두고 예비법조인들의 ▲변론, ▲질문에 대한 답변, ▲서면작성, ▲재판에서의 태도 등을 평가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5006번팀(고려대 로스쿨 배태영, 김승원, 설동연)이 최고상인 국회의장상에 선정되었다. 최우수 상금은 200만원이 수여된다. 5006번팀은 재판부로부터 원고와 피고를 대리하는 과정에서 참가팀 가운데 가장 지나침 없는 논리구성을 해 변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태영 씨는 수상소감을 통해 “법공부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본 대회를 통해 사실관계와 밀접한 상황에 몰입할 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설동연 씨는 “노동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2012년 대한문 앞 쌍용차 농성이었다”고 밝혔다. 설동연 씨는 “법을 통해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는 데 일조하길 꿈꿨는데, 그렇지 못한 판례를 발견하며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생각이 깊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승원 씨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며 “법조인으로서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는 포부를 더했다.
우수상인 법무부장관상은 참가번호 5009번(충남대 로스쿨 최용헌, 강빈, 김세종)이 선정됐다. 우수상 상금은 100만원이 수여된다.
장려상은 두 팀으로 참가번호 5004번(서울대 로스쿨 이산하, 연미현, 정영훈)과 5008번(고려대 로스쿨 김시은, 김주광, 남상지)이 선정됐다. 장려상팀에는 서울대학교공익인권법센터장상과 상금 60만원이 각팀에 수여된다.
입상인 노란봉투법상은 네 팀으로 참가번호 5001번(고려대 로스쿨 김지원, 민경현, 이혜빈), 5005번(고려대 로스쿨 신일식, 박병규, 추효창), 5007번(고려대 로스쿨 은혁준, 임동찬, 전준우), 5012번(서울시립대 로스쿨 박지아, 전서현, 중앙대 로스쿨 김현수)이 각 선정되었다. 상금 30만원이 각팀에 수여된다.
본 대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송영섭 손잡고 운영위원(변호사, 금속법률원장)은 “노동법 자체도 어렵지만, 이번 주제인 ‘법인분할’ 문제는 더 어려웠을 것”이라며 “경연대회이다보니 순위에 따라 시상이 뒤따르지만, 4개월 동안 고생한 모두가 애 많이 쓰셨고 주최한 입장에서 모두 승자라고 생각한다”고 참가자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모두 휼륭한 법조인이 될 거라 믿고 응원을 보내며 그 길에 이번 모의법정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본 대회에는 민주노총 김경자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해 쌍용자동차지부, 한국GM지부,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조 등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현장에서도 참관해 자리를 빛냈다.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는 손배가압류 노동자에 연대하는 시민 모금캠페인 <노란봉투캠페인>의 지원을 받아 2015년 첫 대회를 시작했다. 이후 매년 시민들의 후원으로 기반으로 시민모임 손잡고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전국민주노총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공동주최로 개최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