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국가폭력 10년, 단 하루도 연장할 수 없다! 경찰청은 진상조사위 권고를 즉각 시행하라!

[기자회견문]

국가폭력 10년, 단 하루도 연장할 수 없다!

경찰청은 진상조사위 권고를 즉각 시행하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10년 만에 공장으로 돌아간다. 많은 시민들의 연대로 10년이라는 두터운 해고의 수갑을 끊고 공장 앞에 섰다. 그러나 내딛는 발걸음이 무겁다. 지난 10년, 해고만으로도 삶이 송두리째 옥죄인 노동자들에게 국가는 더 무겁고 두터운 수갑을 줄줄이 채웠다. 이 자리에 선 노동자들은 무자비한 국가폭력, 형사처벌, 손해배상과 가압류에 줄줄이 휘감겨 2009년으로부터 단 한 발자국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30명의 동료와 가족들이 삶을 놓았다. 그리고 10년 만에 해고의 수갑 하나를 겨우 풀었다. 삶을 향해 온전히 나아가려면 남은 ‘국가폭력’의 수갑을 끊어내야 한다.

 

우리는 ‘국가폭력’의 수갑을 끊어내고자 다시 거리로 나선다. 올해 초 경찰이 복직자의 임금을 가압류한 사건은 우리에게 ‘복직만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가혹한 현실만 실감하게 했다. 국가폭력의 수단으로 악용된 손배가압류가 철회되지 않는 한, 2009년부터 시작된 국가폭력은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국가폭력의 가해자인 경찰에 경찰청 인권침해조사위원회 권고를 즉각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 2018년 8월 28일, 쌍용차 노동자들은 ‘국가폭력 피해자’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는 2009년 파업 강제진압 당시 국가폭력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국가폭력의 최종 지시책임자는 ‘이명박 청와대’라고 명시했다. 위원회는 “경찰 사과, 손배소 취하, 노동쟁의 개입 지침 마련 권고, 정부에 사과 촉구”를 권고했다. 같은 날 경찰청은 위원회의 권고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10개월이 지나는 오늘까지도 우리는 국가폭력에 대해 사과를 받지 못했다. 경찰이 ‘국가폭력 피해자’인 강제진압 당사자들에게 제기한 손해배상가압류 역시 철회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과는커녕 인간적 존엄마저 훼손하는 심각한 희망고문이 이어졌다. 올 2월에는 ‘가압류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며 가압류해제 조치 발표하면서, 정작 희망퇴직자와 해고상태인 노동자들은 가압류 해제조치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5월에는 가압류 대상에서 제외된 조합원에게 ‘가압류를 해지했으니 찾아가라’는 취지의 법원 등기를 보내고 법원에 찾아간 노동자에게 ‘오류’라고 통보했다.

 

우리는 이 일련의 사건을 단순한 ‘오류’나 ‘헤프닝’으로 넘길 수 없다. 국가폭력 트라우마로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을 안다면 경찰과 법무부의 안일한 조치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한 없는 기다림으로 이미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들의 고통도 깊어지고 있다. 해고노동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비율(50.5%)이 전쟁 중에 이라크 군에게 포로로 잡혀갔던 쿠웨이트 군인들보다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알려졌고(48%)(2015. 고려대 김승섭 교수팀 연구), 쌍용차 해고자의 아내들이 자살을 생각한 비율이 일반인보다 8배 높게 나타났다(2018년, 고려대 김승섭 교수팀 연구). 손배가압류를 경험한 노동자들은 경험이 없는 노동자들에 비해 자살시도 비율이 30배 높게 나타났다(2019년 김승섭 교수팀 연구). 1년 전 6월 27일 우리는 국가폭력 당사자이자 국가손배 대상자인 고 김주중 조합원을 서른 번째 희생자로 떠나보냈다. 쌍용차지부 간부들은 틈틈이 조합원에게 안부전화를 물으며 생존을 확인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우리는 국가폭력이 일상이 된 삶을 단 하루도 연장할 수 없다. 경찰청 인권침해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일명 “쌍용자동차 진입 계획”과 언론에 공개된 노조파괴 문건에 따르면, ‘국가폭력’이 계획되고 실행되기까지 고작 반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반면 진상이 드러나기까지 9년이 걸렸다. 우리는 국가폭력 진상이 드러난 이후로도 10개월을 더 기다렸다. 그러나 경찰은 진상조사 권고안이 나온 이후 아무 계획조차 내놓치 않으면서 늦어지는 이유조차 명확히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 경찰의 조치가 지지부진한 사이 회사의 손해배상소송마저 재개됐다. 우리는 이 모든 폭력과 불안에서 단 하루도 견딜 수 없다.

 

경찰에 다시 한 번 경고한다.

권고안을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지금 당장 이행하라!

국가폭력 10년, 즉각 멈춰라!

손해배상가압류 즉각 철회하라!

 

2019년 6월 24일 국가폭력 피해자 쌍용자동차 노동자 및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