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20 민중의소리] 최저임금 받는 대한항공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에게 걸린 1억원의 손배가압류

최저임금 받는 대한항공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에게 걸린 1억원의 손배가압류

대한항공 원하청노조, 공동 성명 발표 “손해배상 청구 즉각 중단하고 장기농성 사태해결에 나서라”

민중의소리 / 양아라 기자 yar@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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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조종사노조 등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 앞에서 손배가압류 노조탄압중단 촉구와 대한항공 원하청노동자 공동성명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등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 앞에서 손배가압류 노조탄압중단 촉구와 대한항공 원하청노동자 공동성명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최저임금을 받는 대한항공 하청업체 청소노동자 12명의 통장에 사측의 1억여 원의 손해배상 가압류가 걸렸다. 노동자들은 이같은 손배가압류에 대해 "원청이 개입한 노조 탄압 행위"라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비행기를 청소하는 노동자들은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의 하청업체인 '이케이(EK)맨파워 주식회사' 소속이다. 전국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한국공항비정규직 지부 측은 하청업체로부터 지난 3월 25일에 5200만원, 6월 초 2차로 6400만원의 손배가압류가 청구됐다고 밝혔다.

하청업체 측은 노조가 휴게시간 준수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3월까지 부분파업에 들어간 쟁의행위에 대해 불법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휴게시간 변경을 주도했고, 이로 인해 회사는 출근·퇴근 시간을 조정해야했으며 추가 연장근로수당과 교통비를 지급했다는 이유로 손배가압류를 제기한 상태다.

하청업체 측의 행태에 대한항공 원하청 노조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원청인 대한항공과 자회사인 한국공항에 손해배상 청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20일 오전 대한항공 원하청 노조는 '손배가압류 노조탄압중단 촉구 원하청노동자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앞에서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공항항만운송본부·민주한국공항지부·한국공항비정규직 지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유 통해 "하청비정규직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원청개입 노조 탄압행위 즉각 중단하고 비행기 청소노동자 장기농성 사태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원청 한국공항이 주관하는 하청사 회의자료에는 청소노동자 간부 12명에게 5천여만원의 손배가압류를 진행한다고 쓰여있었다"며 "한국공항은 12개 하청업체의 운영실태를 관리한다며 직접 컨설팅에 나섰고, '관리통제 가능한 직원모임 권장'으로 노동조합의 결성을 사전에 막거나, 민주노조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지시하면서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등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 앞에서 손배가압류 노조탄압중단 촉구와 대한항공 원하청노동자 공동성명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등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 앞에서 손배가압류 노조탄압중단 촉구와 대한항공 원하청노동자 공동성명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와 관련해 노조 측은 지난 4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원청사용자인 한국공항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한 바 있다.

이들은 "1차 하청의 도급료를 결정하는 대한항공이 사실상 슈퍼 갑이고, 이를 재하청하는 한국공항이 하청노동자의 인건비마저 결정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면서 "두 달이 넘게 진행되는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농성사태는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이 책임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하청업체 청소노동자들은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지난 4월 17일부터 두 달 째 천막 농성 중이다. 이들은 생활임금 보장·정년연장·손배철회·체불임금 청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농성 중인 김태일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장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앞으로 근무하고 4시간 지나면 식사하겠다고 (회사에) 통보를 했고,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식사시간을 정한 뒤 노동자들의 건강이 좋아졌다며 "조합원들에게 '10시에 밥 먹어라, 11시에 밥 먹어라, 12시에 밥 먹어라, 1시에 밥 먹어라' 이렇게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할 수 있겠느냐 물었더니 못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 지부장은 "(회사) 그 사람들이 손배소를 걸고, 우리가 사용자 동의없이 (노동자들이 점심시간을) 바꿨다고 한다면, 그들은 노동자 동의를 거쳐서 지키지 않는 점심시간을 만들어 놓고 (실제로는) 아무 때나 먹으라고 했냐"면서 "아무 때나 먹는 것을 우리 청소노동자들이 동의해 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르던 개도 먹는 것으로 장난하면 주인을 문다. 따라서 우리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가지고 장난하지 말자"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여기 서울 시민들도 8~9시 출근해서 12시 되면 손 붙잡고 밥 먹으러 간다. 그런데 우리 대한항공 청소 노동자들은 정해진 시간도 아니고, 밥 먹으라고 명령하는 시간에 맞춰 5~10분 아끼려고 뛴다. 같은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살아야 되겠냐"며 울분을 토했다.

손배가압류를잡자(손배소) 윤지선 활동가는 "사업체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하는 대한항공 청소노동자 개개인들에게 갚을 수도 없는 금액을 일일이 청구했다"며 "부당함을 알리려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못 내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노동자의 임금 통장을 노리는 식으로 법제도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윤 활동가는 "특히 막대한 청구금액은 노동자들도 법률 비용이 있어야 저항이 가능하다. 사측과 소송으로 맞붙는 것은 노동자에게 전적으로 불리하다"면서 "소송갑질을 중단하라"라고 요구했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자유위원회는 2017년 제382 보고서를 통해 "손해배상소송은 노동조합의 존속 그 자체에 심각한 재정적 위협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정당한 조합활동에 대한 위축효과를 가지고 이를 저지하기도 한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한편, 대한항공 측 관계자는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손배가압류가 걸린 노동자들과) 대한항공은 직접적인 관계가 아니다.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