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논평] KEC 노조파괴 불법인정, 역손배 1심 재판부 판결에 대한 논평

[KEC 노조파괴 불법인정, 역손배 1심 재판부 판결에 대한 손잡고 논평] 

노조파괴는 '불법', KEC 노동자들의 저항은 당연하다!
KEC 노조파괴에 따른 노동자 임금압류, 중단해야 한다!

 

KEC 회사가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노조파괴에 대해 법원이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9년이 지나서야 ‘불법’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5월 16일 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는 금속노조 KEC지회가 ㈜KEC를 상대로 낸 ‘노조파괴’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노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측이 2010년 작성한 <직장폐쇄대응전략>, 2011년 작성한 <인력구조로드맵>, <시나리오별 노무전략> 등에 대해 불법성을 인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해당 문건이 ▲노조법 제81조 제1호, 제4호에서 정한 각 부당노동행위를 계획하는 문건으로 보았고, ▲내용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침해하고 노조법에서 정한 집단적 노사관계질서를 파괴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노무사 신쌍식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통해 사측이 위법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문건을 실행했고, ▲노조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정리해고로 나아갔고, ▲해고대상자에 파업참가자 상당수가 결정되도록 설정했고, ▲문건을 작성하거나 지시한 이들이 노조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된 점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KEC지회 조합원들이 인사고과 등에서 불이익을 받은 점에 대해서도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노조파괴는 불법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법적으로 다시 한 번 확인받기까지 꼬박 9년이 걸렸다. 조합원들이 판결앞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다. 9년이라는 기간동안 KEC지회는 판결에서 적시한 직장 내 차별, 정신적 피해에 시달려야 했다. 무엇보다 노조파괴의 일환으로 계속된 노조 개개인에 대한 막대한 손배청구와 사측의 퇴사 압력으로 인해 조합원들은 하나 둘 노조를 떠나갔다. 2010년 700명이 넘던 조합원 수는 현재 120여명으로 확 줄었다. 

     노조파괴가 불법임을 인정받은 판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정리해고 무효소송에서 이미 노조파괴시나리오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2013년 국회에서 ‘용역폭력’과 관련해 조사해 KEC의 불법적 노조파괴를 드러낸 바 있다. 노동자들이 역으로 손해배상을 걸지 않고서도 이미 사측의 불법이 세상에 드러났지만, 계속된 노조파괴와 노동자 차별 및 직장 내 괴롭힘을 멈추지 못한 것이다. 

    지금도 KEC 노동자들은 2011년 ‘인력구조조정 로드맵’에 적시된 ‘손해배상가압류 등으로 경제적 압박’이라는 노조파괴 전략의 피해를 겪고 있다. 노조파괴 과정에서 청구된 301억원 손해배상이 2016년 9월 법원 조정에 따라 30억원을 3년동안 임금압류하도록 결정됐기 때문이다. 법원 결정이 나고 난 뒤에야 2017년, 2019년 두 차례나 불법적 노조파괴가 법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이 유명한 문구처럼 KEC지회 조합원들에게 이번 판결이 어떤 위로도 되지 못할 것이 우려된다. 노조파괴 판결이 당장의 임금압류조차 중단시키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어 내야 한다. 이번 판결이 노동자들에게 위로가 되려면, 노조파괴 인정을 넘어, 노조파괴 일환으로 제기된 손배압류를 비롯해 모든 불이익을 되돌려 놓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2019년 5월 22일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