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논평] 대한항공 청소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는 '소송갑질'이다

[한국공항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손배가압류 및 노조파괴 규탄 논평]

대한항공청소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는 ‘소송갑질’이다
-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노조파괴와 괴롭힘소송을 즉각 중단하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짓밟기 위해 손해배상가압류를 도구로 악용한 사례가 또 발생했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주) 하청업체 ‘EK맨파워’가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합활동으로 피해를 보았다며 52,042,83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12명의 간부들의 임금통장을 가압류했다. 한편,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은 EK맨파워의 손배가압류 청구에 대하여 보고를 받았고, 하청업체와 더불어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였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으로부터 고발되었다. 갑질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대한항공에서 이번에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자회사의 ‘소송갑질’이 벌어진 것이다.

  대한항공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소송갑질’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 손배가압류는 기업이 ‘돈’으로 법제도를 악용해 노동자를 괴롭히는 명백한 ‘소송갑질’이다. 사내하청인 ‘EK맨파워’는 재판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사내공지에 ‘손배확정금액’이라며 금액을 명시해 노동자들을 겁박했다. 손해배상청구는 쟁의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측의 주장만으로 소송이 진행된다. 실제 불법 여부는 재판을 통해서 가려진다. 한국에서 가압류는 소를 제기하고 공탁금만 걸면 가능한 수준이다. 소송대응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사측과 소송으로 맞붙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전적으로 불리하다. 가압류를 통해 비정규직노동자의 생존을 틀어쥐고 헌법상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포기하라고 협박한 것과 다름없다. 
   심지어 손배가압류는 ‘노조파괴’의 과정으로 진행됐다.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자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원하청이 상황을 수시로 공유하며 지시를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설립 이후 겪은 노동탄압 수준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복수노조 설립 지배개입, 노조간 차별, 노동조합활동 방해, 손해배상가압류, 권리포기 회유협박 등, 이미 수많은 노동현장에서 수차례 반복된 자본에 의한 폭력이며, 부당노동행위이다. 

   고용노동부가 적극 나서 대한항공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원하청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 이미 노동자들이 겪은 탄압과정은 2017년 6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부당노동행위 근절방안에 주요 사례로 적시되어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노조무력화시도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에서도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조사를 통해 청산해야 할 ‘적폐’로 규정한 바 있다. 엄중한 감시와 처벌을 통해 고용노동부가 적폐청산에 제대로 응답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차원에서도 손배가압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동존중’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적약자’로 지목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와 유엔사회권위원회 등 국제사회에서는 수차례 업무방해와 손배가압류제도에 대해 ‘노동자에 대한 보복조치’로 명시하며 한국정부에 시정을 권고해왔고, 문재인정부는 국제사회의 권고에 응답해야 한다. 이미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등에서 많은 노동자가 죽었고, 지금도 노동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 초 손잡고가 고려대 김승섭교수팀과 손배피해노동자 236명을 실태조사한 결과, 손배가압류로 인해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손배경험이 없는 노동자에 비해 자살시도율도 30배나 높았다. 손배가압류는 사회적약자가 주된 타겟이 되고,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사회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노동자들이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행사하는 것이 쟁의행위고 노동조합활동이다. 쟁의행위에 대해 손해배상가압류를 청구하는 것은 결국 사회적 약자들에게 부당해도 참으라고 강제하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폭력 앞에 선 국민들을 정부가 보호해야 한다.

2019년 4월 12일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

 

*첨부(아래링크) : 보도자료 - 공공운수노조 기자회견문 및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노조탄압 경과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