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대표 100인과 만납시다”

[비정규직 대표 100인 기자회견]“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대표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문]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

불의한 정권을 퇴진시킨지 642일, 장미대선이 치러진지 582일이 지났습니다. “박근혜가 퇴진하면 내 삶도 조금은 변할 수 있을까.”라는 기대로 버틴 시간이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에 달콤한 광장의 기억으로 버틴 시간이 1년 6개월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업무지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였습니다. 2017년 5월 12일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던 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희망을 꿈꿨습니다. 1년 6개월이 지난 오늘, 인천공항에서는 그 어떤 비정규직도 정규직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직업체험을 가르치는 한국잡월드, 불법파견 판결까지 받은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비정규직도 마찬가지 입니다. 얼마 안되는 정규직 전환은 자회사라는 가짜 정규직으로 뒤바뀌었고, 지역과 학생들을 상담하는 화성시 상담사 선생님들은 12월 31일자로 해고통지를 받았습니다.

강릉선 KTX 열차가 선로를 이탈하던 2018일 12월 8일 오전 7시 35분. 가장 당황한 것은 열차에 타고 있던 승무원들이었습니다. 누구도 이들에게 현재 어떤 상황이고, 무슨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승무원들은 철도공사가 아닌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이었기 때문입니다. 단절된 정보와 소통의 부재. 시스템에서 소외 된 승무원들은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고군분투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KTX 선로이탈과 KT 통신대란을 비롯한 연이은 사고의 다른 이름은 위험의 외주화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재벌개혁에 앞장서겠다.”고 말했습니다. 10대 재벌그룹의 불법파견을 바로잡아 40만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2월 31일자로 해고됩니다. 현대차 계약직 노동자는 노조 가입을 했다고 해고됐습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야 할 기아차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10년 넘게 일했던 자리에서 쫓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법파견을 저지른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 한국지엠 카허카젬 사장 등 재벌총수는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노조 결성을 가로막는 사용자측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현대기아차 자동차 판매 비정규직은 노조에 가입했다고 얼굴에 침을 맞고 폭행당했습니다. 대리점이 폐쇄되고 1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해고됐습니다. TV와 모니터에 들어가는 유리를 만드는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은 노조를 만들자마자 178명이 집단해고 되었습니다. 사용자는 단 한 명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10일,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정부의 최우선 가치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며,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루평균 6명이 일하다 죽는 대한민국, 발전소 사망 중대재해 중 97%가 하청업체 노동자입니다. 제철소에서 조선소에서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죽는 대부분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입니다.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되기 전에, 나와 내 동료들이 죽지 않게 해달라고 절규합니다.

넝마주이가 된 최저임금 1만원, 탄력근로제와 처벌 유예로 무력화된 주52시간, 지금도 해고되는 조선소 하청노동자, 쪼개기 계약으로 고통받는 기간제 교사, 중도 계약해지로 겨울이 두려운 청소노동자, 프리랜서라는 말 속에 생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문화예술인. 대통령이 기다려 달라고 한 1년 6개월이 만든 일자리 풍경입니다. 직장이 지옥이 되는 동안 대통령은 사장님과의 호프타임을 가졌습니다. 재벌총수들은 청와대로 초대하고, 자영업체와 중소기업체 사장은 서울 광화문의 한 호프집으로 불렀습니다. 국회의원은 자신들의 연봉을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들의 1년 연봉 총액보다 많이 올렸습니다, 재벌들은 줄줄이 면죄부만 받습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합니까.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 비정규직과 만납시다. 해가 가기 전에 만납시다. 청와대든 광화문 광장이든 TV토론이든 어디서도 좋으니 한 번 만납시다. 적폐청산의 대상이었던 재벌들도 만난 대통령이 비정규직을 못 만날 이유가 없습니다. 아니 반드시 만나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야기한 비정규직 제로시대,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 가장 큰 문제이자 고통인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표하여 비정규직 100인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합니다.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비정규직과 사회단체도 함께 요구합니다.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꿈꾸며 촛불을 들었던 모든 노동자 민중의 이름으로 요구합니다.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과 사용자 처벌, 공공부문의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노조법2조개정과 1100만 비정규직을 양산한 파견법 기간제법 폐기를 요구합니다.

2018년 12월 11일
문재인과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사진_민주노총 나위활동가